검찰 '구타 사망' 수사 확대 불가피

  • 입력 2002년 11월 3일 19시 03분


서울지검에서 조사받던 피의자 조천훈씨(30)가 다리와 머리를 두들겨 맞은 뒤 그 충격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사실상 이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사상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든 수치스러운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는데다 이번 사건의 파문이 예상보다 훨씬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장기화〓검찰은 당초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가 나온 뒤 관련자 전원 형사 처벌이라는 ‘수습 카드’를 끄집어 낼 준비를 미리 해뒀다. 하지만 검찰 수뇌부는 이 카드만으로는 이번 사건의 파문을 조기진화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판단을 내린 듯하다.

조씨가 예상 외의 심한 구타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고 조씨와 같은 혐의로 구속된 살인사건 피의자들이 ‘물고문’ 주장까지 제기한 마당에 사건의 신속 처리에만 매달리다가는 ‘은폐 축소’ 의혹이라는 더 큰 후폭풍까지 맞게 될 우려 때문이다.

김진환(金振煥) 서울지검장이 ‘속발성 쇼크사’ 또는 ‘외상성 뇌출혈’이라는 부검 결과가 통보되기 전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검 감찰팀이 구속된 검찰 수사관 3명 이외에 다른 수사관들에 대해서도 물고문과 폭행 가담 여부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2일 두번째 소환된 홍경령(洪景嶺) 검사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각종 의혹에 따른 조사 대상자가 늘어나면서 수사는 다소 길어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물고문 여부에 대한 입증이 수사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주 중반까지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수사 결과는 주말 이후에나 나올 전망이며 그 후 서울지검 검사장과 3차장, 강력부장 등 간부들에 대한 징계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살인사건은 영구 미제 가능성〓피의자 사망사건의 원인이 됐던 2건의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지검 형사3부는 2건의 살인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 수감된 권모씨(29) 등 4명을 상대로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의 ‘자백’ 외에는 뚜렷한 물증이 없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이미 3, 4년이 지난데다 경찰의 초동수사 당시 각각 자살과 미제사건으로 처리해 버려 부검이나 현장 보존 등을 통한 물증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조천훈씨 사망사건이 불거지면서 일부 피의자들이 진술을 뒤집고 있는 것도 검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속발성(續發性) 쇼크사▼

신체 일부 부위에서 피하출혈이 순간적으로 과도하게 발생하게 되면 온몸에 흐르는 혈액의 양이 갑자기 줄어 심장 등에 2차 쇼크를 가져와 숨지게 되는 현상. 조씨의 경우 허벅지의 피하출혈이 많아 사망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 국과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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