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김동현-정조국 ‘희망 쌍두마차’…亞청소년축구 정상

  • 입력 2002년 11월 1일 17시 21분


골든골을 터뜨린 정조국(가운데)이 두 팔을 벌린 채 동료선수들과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정조국의 골든골로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쾌거를 이뤘다.
골든골을 터뜨린 정조국(가운데)이 두 팔을 벌린 채 동료선수들과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환호하고 있다. 한국은 정조국의 골든골로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년 만에 정상에 복귀하는 쾌거를 이뤘다.

0-0의 숨막히는 90분 경기가 끝나고 마침내 연장전.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 축구의 샛별’ 정조국(대신고)에게 패스가 이어졌다.

정조국은 일본 골문을 등진 채 볼을 받은 뒤 옆으로 몇 차례 드리블하다 전광석화처럼 몸을 뒤틀며 수비수 2명 사이로 날카로운 오른발슛을 날렸고 볼은 일본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1-0. 한국청소년축구가 4년 만에 아시아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1일 카타르 도하의 알아라비클럽경기장에서 열린 제33회 아시아청소년(20세 이하)축구대회 한국-일본의 결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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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연장 전반 6분 정조국이 천금의 골든골을 터뜨려 1-0으로 승리, 4년 만에 이 대회 정상을 되찾으면서 통산 10번째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우승컵과 함께 페어플레이상을 받았고, 4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김동현(청구고)은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뽑히며 아시아 최고의 샛별로 우뚝 섰다.

3월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 일본을 모두 꺾은 바 있는 한국은 일본의 완강한 수비에 막혀 의외로 고전하다 정조국의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번 우승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어갈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달 17세 이하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 우승까지 미래의 한국 축구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잇달아 개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박성화 한국 감독은 “일본을 꺾고 우승해 너무 기쁘다”며 “내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소한 8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이달 말부터 합숙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대회 MVP 김동현…브라질서 축구유학… 키 1m85 ‘듬직’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동현이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도하연합

2000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지코축구클럽. 곱슬머리의 까무잡잡한 브라질 선수들 틈에서 겅중겅중 볼을 차는 덩치 큰 동양계 청소년이 한 명 있었다. 날렵한 브라질 선수들에게 이리저리 차이며 땅바닥에 나뒹굴던 그는 화가 난 듯 골문을 향해 질주를 하더니 대포알 슛을 터뜨렸다.

그로부터 2년 후. 카타르 도하. 제33회 아시아청소년축구대회 시상식장에서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머리 높이 치켜든 선수는 바로 그때 그 소년이었다.

김동현(18·청구고). 이국땅에서 눈물을 삼키며 1년 동안 축구유학을 했던 그가 마침내 아시아축구 최고의 샛별로 떠올랐다.

변병주 청구고 감독의 권유와 연고 클럽인 포항축구단의 지원으로 브라질 유학을 다녀온 뒤 그는 한때 선수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오른쪽 정강이가 부러지는 부상으로 심한 좌절감에 빠졌던 것. 긴 치료와 재활 기간을 거쳐 힘들게 오른 아시아 최고의 자리이기에 이날 김동현의 기쁨은 더욱 컸다.

김동현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4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 MVP에 뽑혔다. 김동현은 올 7월 박성화 감독의 부름을 받아 청소년대표팀으로 들어가면서 기회를 잡았다.

9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2골을 터뜨리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본무대인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신들린 듯 득점포를 터뜨렸다. 1m85, 80㎏. 최순호 황선홍 이후 한국축구 대형 스트라이커의 계보를 이을 만한 유망주로 꼽힌다.

김동현은 “내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첫번째 목표이며 대학에 진학한 뒤 유럽 프로리그에 진출할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결승전 골든골 정조국…천부적 ‘킬러본능’… 히딩크도 눈독

벼락같은 오른발 슈팅 한 방으로 한국을 아시아청소년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정조국(18·대신고).

그의 실력은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미 인정한 바 있다. 히딩크 감독은 청소년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정조국을 눈여겨봤고 2002월드컵대표팀에 연습생으로 합류시키기까지 했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에도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에 한국의 유망주들을 데려오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 그 명단에는 항상 정조국이 들어 있다.

대신고 3년인 정조국은 내년 졸업 후 프로축구 안양 LG로 곧바로 들어갈 계획이지만 앞으로 히딩크 감독의 부름에 따라 진로가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조국은 1m83, 68㎏의 훤칠한 체격에 득점 감각까지 뛰어난 천부적인 ‘킬러’다. 정조국은 대회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으나 인도와의 8강전에서 첫골을 터뜨린 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강전에서 선제골,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골든골을 뽑아내며 진가를 드러냈다.

박성화 한국청소년팀 감독은 “정조국은 골 감각을 타고난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면서 “다만 큰 키에 비해 힘이 달리고 근성이 부족해 이를 보강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조국은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유럽 진출의 기회를 만들고 싶고 가능하면 히딩크 감독 밑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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