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홍열의 '굿샷 경영']연륜있는 기업의 교훈

  • 입력 2002년 10월 27일 17시 40분


골프는 어느 날 갑자기 잘 되는 운동이 아니다. 꾸준한 연습과 함께 연륜이 쌓여야 볼을 뜻하는 곳으로 정확히 보낼 수 있고 핸디도 내려간다. 등산도 마찬가지다. 꾸준히 한 발짝 한 발짝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도달한다.

기업도 갑자기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땀과 노력이 함께한 세월이 흘러야 한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유명한 대화가 있다.

미국에서 한 신사가 정원사에게 어떤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정원사는 “주인님, 이 나무는 자라는 데 몇 백년은 걸리는데요”라고 했다.

정원사의 마뜩지 않은 대꾸에 신사는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당장 심어야겠네.”

성공한 기업 중에 세월의 흐름과 함께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한때 외면받았던 분야가 있다. 보험, 요구르트, 화장품, 상호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 등의 성장 역사에는 아줌마들의 ‘발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산업사회로 발전하는 과정에 주부들에게 마땅한 일자리가 없던 60년대 70년대 초에 이 분야는 안성맞춤이었다. 가정살림을 함께 꾸려 가는 아줌마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마케팅 분야였다. 그들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저토록 훌륭한 기업 군으로 성장한 것이다.

우리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자기자신에 대한 신뢰와 자기 직장에 대한 분명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 또 어떤 일이든 자기가 맡게 되면 긍지와 애착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예로부터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귀천을 따져왔다. 우리 사회가 오늘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은 남들이 외면하는 일을 뒤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본 사람들 덕분이다.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에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남들이 길 닦아 놓은 분야보다는 외면하는 분야에서 연륜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곳에서 일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장홍열 한국기업평가원장 nanumc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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