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허경숙/에밀레종 타종행사 소음 시끌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33분


새벽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씻고 1년에 한번밖에 치지 않는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타종 소리를 듣기 위해 경주박물관으로 향했다. 복잡할 것 같아 좀 일찍 도착하려고 서둘러 나섰다. 타종 이전부터 행사가 있었고 진행자가 종소리에 방해되니 박수도 치지 말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타종시각이 다가오니 초등학생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다. 시작 전부터 아이들은 장난치고 소리지르고 뛰어다녔다. 어떤 사람은 종치는 장면 사진을 찍느라 정작 종소리엔 관심이 없는 듯했고, 또 어떤 사람은 휴대전화로 친구에게 종소리와 행사 중계도 하고, 아이들은 박수를 치면서 “쳤다” 하고 소리도 질러댔다. 매년 타종을 해온 것도 아니고 10년을 치지 못하고 작년부터 1년에 한번 개천절에만 다시 타종을 시작한 것이다. ‘타종이 종 보존에 나쁘다’는 진단이 나오면 다시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를 종소리를 들으러 새벽같이 달려간 나의 희망은 ‘소음’으로 깨어지고 말았다.

허경숙 울산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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