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요]부산과학영재학교 수석합격 김종우군 부모이야기

  • 입력 2002년 10월 1일 16시 23분


국내 첫 과학전문 영재학교인 부산과학영재학교의 최우수합격자인 김종우군은 어릴 때부터 곤충 달 별에 관심을 가져 관찰과 탐구활동을 해왔다. 수학이나 생명공학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 왼쪽부터 어머니 김문호씨, 김군, 아버지 김흥배씨.-김진경기자-
국내 첫 과학전문 영재학교인 부산과학영재학교의 최우수합격자인 김종우군은 어릴 때부터 곤충 달 별에 관심을 가져 관찰과 탐구활동을 해왔다. 수학이나 생명공학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 왼쪽부터 어머니 김문호씨, 김군, 아버지 김흥배씨.-김진경기자-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해 처음 월말고사 성적표를 받아온 날, 대부분의 부모들은 “내 아이가 이렇게 공부를 못했나” 하며 놀란다고 한다.

‘영재’ 부모는 달랐다.

“전교 1등 할 줄 알았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습니다. 또 중학교 2학년 초부터 토요일마다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에서 공부했는데 무척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본인이 원해 영재학교에 지원했던 것이고요.”

국내 최초의 과학전문 영재학교로 지난달 첫 합격자를 발표한 부산과학영재학교의 최우수합격자 김종우군(13·서울 가락중 2년). 그의 부모는 “‘영재’라는 호칭도, ‘최우수합격’이라는 꼬리표도 부담스럽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시작에 불과합니다.” (아빠 김흥배씨·47·대신고 교사·서울 송파구 송파동)

과학영재학교로 선정된 부산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올 봄 학교를 방문한 물리학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한국물리학회

이 학교의 전체합격자 144명 중 김군을 비롯해 1, 2학년 학생이 16%나 된다. 나이나 학습진도보다는 창의성과 과학적 잠재력이 선발과정에서 중시됐던 것.

정말 나이와 상관없이 ‘영재’란 다른 걸까?

김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인데 처음 같은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김 선생님네 아이는 공부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아이의 학습지 선생님이 다른 애들 부모에게 한 얘기가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 김문호씨(44)의 설명은 좀더 구체적이다.

“유치원 때부터 학습지를 시켰어요. 국어는 D사, 수학은 J사의 것을 6학년 때까지 꾸준히 하도록 했습니다. 또 유치원 때부터 발표를 많이 시키는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요.”

이 대목에서 아빠 김씨는 엄마의 ‘공’으로 돌렸다.

“애 엄마가 태교한다며 좋은 음악을 골라 듣는 등 첫애라 신경을 썼어요. 또 책을 얼마나 많이 읽어주었는데요.”

다시 엄마의 설명이 이어졌다.

“당시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에게 항상 미안했어요. 잠자기 전 책을 3권 정도 매일 읽어주었습니다. 우유를 줘도 예쁜 잔에 담아 건넸어요. 그래서인지 일찍 한글을 깨쳤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됐습니다. 유치원에서 ‘잠자리’를 조사해 오라고 했더니 A4용지에 꽉 채워 내용을 써왔다는 거예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종우는 백과사전을 다 뒤져 숙제를 해올 정도로 성실했다. 무엇을 배우든지 자기공부로 만들었고 책상에 앉으면 5∼6시간이 보통이었다. 아빠 김씨는 “아이가 5학년 때인가 영어로 일기를 몇줄 쓰기 시작했다. 서점에 가 영어일기쓰기에 관한 책을 2권 사다줬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한쪽을 다 채웠다”고 회상했다.

종우가 뛰어나다고 생각한 김씨 부부는 종우를 4학년 때 수학경시대회에 내보냈다. 그러나 처음엔 입상권에도 들지 못했다.

엄마 김씨는 “경시대회는 아이가 어느 단계에 와 있나 알기 위해 치르도록 했지만 폭넓은 공부를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빠는 “그러나 경시대회를 통해 비슷한 실력의 친구를 만나 경쟁하면서 시야를 넓히기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시대회에 쫓아다니다보면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공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라고. 5학년 때부터는 경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6학년 때부터는 주 1회 경시대회 전문학원에 나가 실력을 다졌다.

“올 3월 서울대 과학영재교육센터에 다니기 시작한 뒤 한가지 문제를 놓고 이틀간 씨름한 적도 여러번 있어요.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는 물음에 종우는 ‘문제를 풀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고 하더군요.”(엄마)

“‘공부 좀 하네’라고 놀리던 종우의 동생이 형이 최우수 합격자로 선발되자 ‘형이 자랑스럽다’고 하네요.”(아빠)

자연스레 종우군의 동생 종호군(초등 5학년)의 얘기로 화제가 옮아갔다.

“제가 둘째를 출산하면서 직장을 그만뒀어요. 책도 읽어주지 않아서인지 형과 달리 책 읽는 것을 싫어합니다. 책상에 붙어있지 않으려 하고요.”(엄마)

“그래도 반짝반짝 하는 머리는 형을 능가해요. 활동적이고 친구가 많습니다. 낯선 집단에 들어가서도 누구를 사귀어야 그 집단의 리더가 되는지 금방 파악합니다.”(아빠)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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