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36…돌잡이 (2)

  • 입력 2002년 9월 30일 18시 10분


여인네들은 미나리가 많은 물가를 찾기보다, 태양과 함께 이동하여 해바라기를 하는 고양이처럼 양지 바른 곳을 좇아 쭈그리고 앉아 있다.

“고인덕이 마누라 이복수는 아직도 눈물로 지샌다 카더라. 동생 시댁이 내이동이라, 한 동네다”

“아아, 벌써 반년이 다 됐네”

“대구에서 재판에 있었던 게 작년 12월 18일이다. 지금도 남편이 그 때 오려둔 신문 기사를 가끔씩 읽어줘서 다 외워버렸다”

“고인덕이는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재?”

“의열단 간부였으니까. 목숨을 걸고 폭탄을 날랐다 아이가”

“큰 소리로 말 안 해도 다 들린다”

“목소리를 강물에 흘리듯 살살 얘기해야재 안 그라면……”

“의열단 세 명의 가족하고 친척, 친구들이 대구 지방 법원에 몰려갔는데, 200명은 들어갔지만 못 들어간 사람도 많았다더라. 40명의 정 사복 경찰관하고 사복 헌병대가 물샐틈없이 검문 검색, 방청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조사했다”

“여자도 말이가?”

“여부가 있나”

“아이고, 징그럽다”

“이복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열세 살 짜리 요한이하고 세 살 짜리 종규, 그리고 두 딸아이를 데리고 멀리 대구까지 갔는데, 못 들어간 모양이더라”

“아이고, 누가 양보 좀 하지”

“하지만, 고인덕은 병세가 무거워서 출정도 못했다”

“사흘 후에 죽었재?”

“12월 21일 형무소에서 안 죽었나. 마흔 살이다. 신문 기사에 그래 쓰여 있더라. 파란만장한 일생, 감옥행도 두 번이었다고”

“‘병사했다는 거 믿나?“

“아이고, 그랄 리가 있나”

“고문 때문에 죽었재”

“쉿, 목소리가 크다. 이복수는 시신이 어땠는지, 아무 말도 않고 묻었다”

“동생인 금식이도 시신을 거두러 갔다던데, 둘 다 얼굴을 보는 순간 폭 고꾸라져서 저 세상까지 울릴만큼 서러운 소리로 울부짖었다 카더라”

“친구들도 몇 십 명 갔다던데“

“아이고, 경찰에 얼굴이 알려져서 쫓기는 몸으로”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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