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자금 國調 무력화하자는 건가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38분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시작됐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주요기관이 조사대상에서 빠진 데다 추석 연휴, 부산아시아경기 등으로 활동기간도 짧은 마당에 이번엔 정부 내 핵심기관들이 자료제출까지 거부해 국정조사의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6개월 동안 공자금에 대한 특감을 벌인 감사원은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에 ‘내부검토자료’라며 거부했고, 금감원은 관련 회의록을 열람하자는 요구마저 거부했다니 이러고도 국정조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 모르겠다.

공자금 국정조사의 핵심은 156조원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과연 적절한 판단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투입됐는지, 이 과정에서 부당한 권력개입과 특혜성 지원이 없었는지 등을 밝혀내는 일이다. 이를 통해 책임을 규명하고 합리적인 상환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관련자료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고서는 이런 조사들이 ‘날림’이 될 수밖에 없다.

비단 공자금 국정조사뿐만이 아니다. 362개 기관을 대상으로 16일부터 실시하는 국정감사와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요구자료가 상당수 제출되지 않아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무위의 한 의원은 금감원이 중요 자료 10여건을 아직 보내주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킨다는 정권 차원의 목적에서 주요 기관들에 자료제출을 거부토록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될 정도다. 물론 ‘관련자료 전체’식의 과도한 요구나 민원성 이권성 자료를 요구하는 일부의원들의 행태도 옳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자료제출 자체를 무조건 거부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혹시라도 주요 기관들의 잇단 자료제출 거부가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정권 차원에서 국정조사와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물론 ‘관련자료 전체’식의 과도한 요구나 민원성 이권성 자료를 요구하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도 옳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자료제출 자체를 무조건 거부한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공자금 문제를 비롯해 현 정권의 비리를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국민적 요구사항이다. 따라서 자료제출 거부는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정권측은 국정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을 임기 내 마지막 국정조사와 국정감사에서 털고 가지 않을 경우 다음 정부에 가서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