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수단 “마약범이 허위진술” 결론
당시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무혐의”
백해룡 “정황 넘치는데 사건 덮어”
김건희 일가 마약밀수 의혹은 수사
세관 직원이 해외 범죄조직의 대규모 필로폰 밀수를 도왔다는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실체가 없는 마약 사범의 자작극”이라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가 사건을 덮으려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관련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은 즉각 반발하며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
● “그냥 연기해” 허위 진술 종용한 마약범
9일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특정범죄가중법상 향정 혐의로 입건된 인천국제공항 세관 직원 7명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은 2023년 1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원들이 필로폰 24kg을 밀반입할 때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수사의 발단은 2023년 9월,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이 확보한 말레이시아인 마약범 C 씨(39)의 진술이었다. 백 경정은 “1월 밀수 당시 세관 직원이 보안검색대를 통과시켜줬다”는 C 씨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토대로 세관 연루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이 진술이 허위일 뿐 아니라 경찰이 이를 일부 유도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2023년 9월 경찰이 인천국제공항 1층 검사·검역대 구역에서 실시한 범행 현장 실황 조사 영상에 따르면 C 씨가 “밀수 당시 8, 9번 검역대를 통과했다”고 지목하자, 현장 공항경찰단 관계자가 “여기는 의미가 없고, 갈 수가 없다”며 제지했다. 그러자 C 씨는 곧바로 말을 바꿔 세관 직원이 있는 4, 5번 검색대를 지목했다. 특히 C 씨가 공범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고 지시하는 장면도 영상에 포착됐다. 당시 경찰은 중국어 통역만 대동해 이들의 ‘작당 모의’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세관 직원의 알리바이도 제시했다. 연루자로 지목된 직원은 당일 연가였으며 스마트워치 분석 결과 범행 시간에 수면 중이었다. C 씨가 옥중에 공범에게 보낸 편지에도 “세관 관련해 ‘기억 안 난다’고 했는데 경찰이 진술을 못 바꾼다고 해서 그냥 연루됐다고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검찰은 백 경정에게 참고인 출석을 요청했으나 그가 거부했다고 밝혔다.
● 대통령실 외압 의혹도 ‘혐의 없음’
검찰은 백 경정이 주장해 온 ‘용산(대통령실) 외압설’도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백 경정은 “2023년 9월 22일 언론 브리핑을 하려다 지휘부로부터 ‘용산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이유로 제지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검찰은 외압 당사자로 지목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부 6명과 전 인천공항세관장 등 2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관련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한 결과, 당시 경찰·관세청 지휘부와 대통령실 간의 연락이 0건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이 이 사건을 대통령실에 최초 보고한 시점은 10월 10일로, 백 경정의 주장과 맞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세관 의혹은 허위 진술에 근거해 개시된 수사로, 경찰이나 관세청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백 경정은 검찰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합수단 내 별도 수사팀을 운영 중인 그는 이날 인천공항세관과 대검찰청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며 “세관이 밀수에 가담한 정황은 차고 넘친다. 검찰이 이를 인지하고도 사건을 덮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울중앙지검과 인천지검에서 각각 세관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 총 두 명을 입건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도 범죄 인지 사실을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세관 직원 개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 여러모로 피해가 큰 사건”이라며 “(백 경정은) 느낌과 추측을 사실과 구분해 말씀하셔야 한다”고 적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허위 망상을 유포해 저의 명예를 손상시킨 백 경정과 뒷배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