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박성희/´총리대행´ 사설 전향적 대안 제시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35분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연거푸 부결되고, 한 시대를 풍미한 대표적 코미디언이 세상을 떴다. 수도권에서는 정부가 발표한 주택 관련 정책으로, 제주 경남 강원 지역에서는 집과 농토와 도로를 쓸어간 홍수로 전국이 땅의 대란을 겪었다. 정당이 한 방송사에 보낸 공문이 ‘신보도지침’파문을 일으켰고, 국회의 언론발전연구회는 사설을 통한 신문사의 지지후보 표명이라는 문제로 토론을 벌였다. 작년 이맘 때 전 세계를 뒤흔든 9·11 테러사건이 곧 1주년을 맞는다. 정치, 경제, 국제, 문화에다 천재지변까지 겹쳐 지난 2주간 지면은 매우 묵직하고 다채로웠다.

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주택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4일자 사설 ‘국민에 덤터기 씌운 부동산 대책’은 이런 문제를 잘 지적했다. 그러나 관련 기사들에 나타난 전반적인 논의의 초점이 지나치게 서울 강남 위주인 점이 아쉬웠다. 그런 기사들이 양산해내는 ‘강남 담론’들이 강남 열풍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총리 임명동의 부결 직후 나온 ‘대행 두고 새 총리 찾는 게 순리다’는 제목의 지난달 28일자 사설은 언론이 전향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같은 날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씨에게 모아진 국민적 관심으로 미루어 그의 삶도 사설의 소재로 손색이 없었는데 다루어지지 않은 점이 다소 아쉬웠다.

한나라당이 야기한 ‘신보도지침’ 파문은 신문 방송을 막론하고 언론이 공동의 의제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에 대해 다른 일간지는 사설로 맞선 반면 동아일보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사설을 통한 후보 지지 표명의 문제에 대한 동아일보의 입장도 궁금했으나 다루지 않아 알 수 없었다.

‘방송의 날’이었던 2일자 사설은 방송의 기능 환기를 촉구하며 수해 보도와 관련해 “수해 현장을 생중계하는 수준”이며, “예방적 기능에 소홀한 것은 물론 대피와 가재도구 정리 등 정작 이재민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이 잊고 있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TV를 통해 ‘수해 현장 생중계’를 보던 날, 신문은 발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재난 보도는 정확한 실태를 신속히 알리고, 피해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태풍 뒤 쏟아진 현지 르포(3일자 A3, A8, A9, A30, A31면)나 계속되는 복구 관련 속보들이 피해상황을 상세히 전달하는 역할은 했으나, 충격을 흡수하거나 예방적인 역할을 못 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는 단지 특정 신문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신문이라는 매체가 재난시에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물에 약한 종이로 만들어져 사람이 배달해야 하는 신문이 수해 현장에서 매체로서의 기능을 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현장성과 속보성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신문은 단순한 속보경쟁이나 미담 발굴에 머무르지 말고, 재난 보도의 양식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성희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