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종석/아파트값 담합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끼리 만나 하는 이야기는 으레 소비자 이익에 반하는 어떤 음모 또는 가격인상을 공모하는 것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어느 소비자단체 대표가 한 말이 아니다. 바로 18세기의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한 말이다. 애덤 스미스 이래 경제학자들은 공급자간의 담합을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시장교란 행위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시장경제의 효율성은 공급자간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공급자들이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욕심 때문에 품질경쟁과 가격경쟁이 유발되고, 이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려는 기업들의 노력 때문에 새 기술과 신제품이 개발되고 생산자원이 더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양질의 상품을 낮은 가격에 소비할 수 있는 것은 공급자들의 호의나 양심 때문이 아니라 공급자들이 이익을 더 남기기 위한 욕심의 반사이익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경쟁자의 출현은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 피곤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든지 항상 경쟁을 회피하고 담합을 통해 편하게 더 많은 이익을 누리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 공급자 사이에 맺은 약속은 그 자체로 불법행위지만, 그 같은 약속은 어차피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잘 알려진 정설이다. 예를 들어 가격을 높게 받기로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높은 가격을 받고 있을 때 자기만 혼자 낮은 가격을 받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약속은 유지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참가자가 많고 상대방이 어떤 가격에 판매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을 때 가격 카르텔은 별 효과가 없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가격을 높게 유지하는 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일부 아파트단지의 부녀회가 아파트 가격을 높게 받기로 담합했다고 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고 한다. 이웃끼리 아파트를 싸게 팔지 말자고 합의한 것을 사업자간의 가격담합과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부녀회의 가격담합이 별 효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더욱이 그런 행위가 사회적으로 떳떳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종석 객원논설위원 홍익대 교수·경제학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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