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공격’ 美 vs 유럽-아랍 갈등

  • 입력 2002년 8월 28일 18시 06분


《미국이 대 이라크 공격계획에 대한 안팎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우려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공식적으론 “이라크 침공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으나 공격 방침을 이미 굳히고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와 개전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중동의 주요 국가들은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이 초래할 파국적 위험을 이유로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도와달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왼쪽)이 빈다르 빈술탄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 이라크 확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7일 휴가지인 텍사스주 크로퍼드의 목장에서 반다르 빈 술탄 주미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와 만나 후세인 대통령이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 대통령이 세계와 지역의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그가 없는 세상이 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딕 체니 부통령이 전날 후세인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강조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이날 회동은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제거를 위한 사우디의 협조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관측된다. CNN 방송 등 미 언론은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완강히 반대하는 사우디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대 이라크 공격에 대한 국내의 비판 여론에 대해 “공격 여부는 합의가 아니라 통치권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면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올바른 행동을 취하는 것은 의견일치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딕 게파트 하원의원 등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를 공격하기에 앞서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요구하는 등 미 정치권 내에서도 비판과 견제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처드 홀부르크 전 유엔주재 대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바그다드로 가는 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거쳐서 가야 한다”고 말해 이라크 공격에 앞서 반드시 유엔 안보리의 지지 결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모험말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오른쪽)이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을 면담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7일 RTL TV방송과의 회견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이라크 선제공격 주장에 대해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는 미 정부가 공격 목표를 기존의 유엔 무기사찰 허용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로 바꾼 데 대해 “위험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독일 정부가 유엔의 승인없는 이라크 군사공격에 전혀 참여할 뜻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도 이날 2000여명의 프랑스 고위 외무관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국은 유엔 안보리의 허가 없이 이라크를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된다”며 “무력에만 의존해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7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원하는 아랍 국가는 단 하나도 없다”며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중동 지역 전체의 안정이 깨질 것이며 아랍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26일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브르 알 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을 만나 미국의 군사위협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위협은 이라크뿐만 아니라 전체 아랍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제는 이날 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한 뒤 공동 성명에서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바레인의 하마드 빈 이사 알 할리파 국왕과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은 27일 시리아를 방문, 이라크 공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아랍 22개국의 대표기구인 아랍연맹은 미국의 이라크 공격 위협을 다음달 4, 5일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랍 외무장관회담의 의제로 결정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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