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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2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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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변화이기는 하지만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일 행정자치부와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취임한 일부 단체장들은 사무실 안이 보일 수 있도록 사무실 벽이나 출입문을 유리로 교체했으며 일부 단체장은 사무실을 아예 민원실 주변으로 옮기기도 했다.
단체장 집무실이 ‘투명 사무실’로 바뀐 지자체의 경우 과거에 비해 민원인들의 억지주장이나 행정관청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봉사 및 공개행정을 적극적으로 펴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
서찬교(徐贊敎) 서울 성북구청장은 지난달 취임과 동시에 부속실과 비서실장실을 통합하고 구청장실과 비서실의 출입문을 모두 유리문으로 교체했다.
이전엔 구청장을 만나려면 부속실→비서실장실→구청장실 출입문 등 3개의 ‘관문’을 거쳐야 했지만 지금은 항상 열려 있는 부속실로 들어와 대기하면 어렵지 않게 구청장을 만날 수 있다.
또 부속실에서 구청장 집무실로 통하는 문이 유리로 돼 있고 구청장의 책상과 컴퓨터가 유리출입문 바로 앞에 배치돼 있어 민원인들이 구청장의 움직임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서 구청장은 “출입문을 유리로 바꾸고 난 뒤에는 부속실에서 ‘왜 구청장이 만나주지 않느냐’고 소리치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학렬(李鶴烈) 경남 고성군수는 군수실과 부속실 사이의 벽을 허물고 유리창을 설치하고 출입문도 항상 열어두고 있다. 이 군수는 “내가 누구와 만나 무슨 일을 하는지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서 투명한 사무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권철현(權喆鉉) 경남 산청군수는 2층의 군수실을 1층 민원실 맞은편으로 옮겼다. 주민에게 한 발이라도 더 다가서고, 노약자나 장애인 방문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채현병(蔡玄秉) 충남 홍성군수도 군수실과 비서실 출입문을 대형 유리로 교체했다. 채 군수는 “가끔 피곤이 몰려올 때 잠깐 눈을 붙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고충’이 있긴 하지만 민원인들의 반응이 좋아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충훈(趙忠勳) 전남 순천시장은 복도나 비서실 쪽에서 시장실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복도쪽(9m)과 비서실쪽(4m)의 벽을 투명유리로 교체했다.
순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조 시장이 3700만원이나 들여 시장실을 개조할 때 일부에서 예산 낭비와 전시행정이라는 비판도 있었으나 지금은 깨끗한 행정을 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양기대기자 kee@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