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패션]앙드레김 데뷔 40주년 ‘My Fantasy’ 출간

  • 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57분


앙드레김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책 ‘My Fantasy’ 에서 특유의 화법으로 사랑과 결혼, 꿈, 패션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앙드레김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책 ‘My Fantasy’ 에서 특유의 화법으로 사랑과 결혼, 꿈, 패션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탑디자이너 앙드레김이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최근 자신의 첫 저서인 ‘My Fantasy’(아침나라)를 펴냈다. 앙드레 김은 그동안 주위의 수많은 권유와 유혹에도 불구하고 “디자이너는 작품으로 말하는 것”이라며 일체의 자서전과 회고록 출간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아일보 위크엔드 에디션에 4개월간 실렸던 자신과 이승재기자와의 테마데이트 내용을 보완해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측의 제의를 기꺼이 수락해 자신의 첫 저서를 ‘디자인’해냈다.

책을 펴낸 출판사측은 “이처럼 난산 끝에 나온 책이 없다. 사진은 물론 글 꼴 하나 하나도 저자와 협의를 거쳐야 했다. 앙드레김의 철두철미한 ‘작가정신’을 존경한다”며 저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책에는 앙드레김의 패션관과 꿈, 결혼관, 여성관, 삶의 방식, 그리고 ‘정상의 고뇌’가 담겨 있다. 패션쇼의 명 장면들,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 수트를 입고 마초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던 ‘청년 앙드레’의 모습, 최은희 윤정희씨를 비롯, 브룩실즈와 나스타샤 킨스키 등 ‘당대 은막의 스타’들과 앙드레김이 함께 찍었던 사진들도 공개됐다.

책이 나온 뒤 ‘저자’인 앙드레김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그의 의상실에서 만났다. 수첩을 펴자 그는 스탠드를 켜더니 불빛을 볼펜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조정해 주었다.

조인직〓‘판타지’란 제목에 이유가 있나요?

앙드레 김〓저는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실제 이루어질 수 있는 꿈도 있고, 실제 이루어지지 않는 꿈도 상상의 세계 속에서의 환상적인 순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지상에 존재하는 예술의 세계,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오페라, 발레, 드라마, 미술의 세계, 또 문학적인 수필, 시, 소설, 이런 모든 것들이 인류사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1970년대 ‘청년 앙드레김’의 모습. 당대의 여배우 최은희씨, 윤정희씨와 공객석상에서 담소하고 있다(위). 88올림픽을 앞두고 87년 내한했던 여배우 브룩 실즈가 앙드레김의 옷을 입고 즐거워 하는 모습. 옆의 여인은 실즈의 어머니다. 사진제공 앙드레김

조인직〓사랑과 가정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보수적이시던데요.

앙드레 김〓요즘 드라마 ‘고백’의 경우도 원미경씨가 있고, 유인촌씨가 있고, 또 정선경씨가 있는데 유인촌씨가 부인을 아아…, 떠나게 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당돌하고 오만하게, 미안함 감도 전혀 없이, 부인에게 아아… 혹시 보셨나요, 저는 굉장히 치가 떨리게 분했어요. 한국적인 정서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후반에 들어서면서 변해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구요.

조인직〓결혼을 안 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신가요?

앙드레 김〓네, 그럼요. 제가 자라면서 장차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청소년기에 가지고 있었는데 일에 몰두하다 보니까 시간이 흐르게 되고, 그렇지만 여러 번 자주자주 느꼈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구요. 특히 나이드신 부부들의 숭고한 사랑을 보면….

조인직〓아들 중도군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신 부분이 많던 대요.

앙드레 김〓대부분 입양을 하지 않고 부모가 탄생시킨 아기와 입양을 해서 키우는 아기는 부모로서의 아기에 대한 사랑이 굉장히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상상하시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그래서 아들의 학교에 가면 극성학부모의 이메이지(image)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절대적으로…, 참 그래도 저 자신이 헌신적이라고 표현하는건 옳지가 않죠?

조인직〓글을 읽다보면 감동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앙드레 김〓아름다운 휴매니티(humanity·인간애), 아름다운 인류애적인 사랑에 대한 부분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밤에 울다 깨고 또 꿈에서 어머님 뵈오면, 눈에 눈물이 흥건히 젖어있고 하던 그 순간, 그것을 언급한 부분이 굉장히….

조인직〓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주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나요?

앙드레 김〓진실된 사랑, 순수한 진실, 또 세계적인 국제화, 여러 해 전부터 강조돼 오죠? 자기 자신, 자기가족을 위한 길이란 걸 느껴주셨으면 해요. 특히나 여성들에게는 진실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아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세월이 흘러서 정말 자랑스런 한국인이란 평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책 속 말말말>

●…늘 “플리즈(Please)” “파든 미(Pardon me)”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하고 말하는, 그러면서도 어떤 황실의 왕족보다 더 자존심으로 가득찬 이메이지(image)들을 원합니다.

아아…, 순결하고, 순수하고, 아무에 의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아름답고, 교양있고, 명예롭고, 환상적이고, 철학적이고, 낭만적이고, 세계적인 상식으로 가득차고, 천재적이고, 시적인 것들이 저를 흥분시킵니다.(머리말)

●…아들이 이가 아프다고 해, 웬일인가 물었더니, 함께 스쿨버스를 타는 3학년 형이 때렸다는 거에요. 다음날 아침 저는 아들과 함께 그 스쿨버스에 올라탔어요… (아들에 관해)

△저는 절대로 ‘패션’을 ‘빠숑’이라고 발음하지 않아요. 그건 웃기죠. 엉뚱하죠. 제가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하겠어요? …자신의 귀가 촌스럽고 무지한 건 모르고 떠벌이고 희화화 하는거죠…(오해에 관해)

●…요부적인 여성과의 정열의 불이 극에 달하다가 어느 순간 ‘아, 섹스만이 다가 아니다’ 하고 느껴지게 될 때, 그녀와 이룬 일그러진 세계에 정신적으로 많은 실망을 느끼죠. (결혼과 섹스에 관해)

<앙드레김이 즐겨쓰는 영어 베스트 10>

로맨티시즘(romaticism·낭만주의), 판타스틱(fantastic·환상적인), 인텔렉추얼(intellectual·지성적인), 아카데믹(academic), 이메이지(image), 플리즈(please), 오리엔탈(oriental·동양의), 에스프리(esprit·정신), 포멀(formal·격식있는), 인포멀(informal·스스럼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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