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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20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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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김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책 ‘My Fantasy’ 에서 특유의 화법으로 사랑과 결혼, 꿈, 패션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냈다.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하지만 동아일보 위크엔드 에디션에 4개월간 실렸던 자신과 이승재기자와의 테마데이트 내용을 보완해 책으로 내자는 출판사측의 제의를 기꺼이 수락해 자신의 첫 저서를 ‘디자인’해냈다.
책을 펴낸 출판사측은 “이처럼 난산 끝에 나온 책이 없다. 사진은 물론 글 꼴 하나 하나도 저자와 협의를 거쳐야 했다. 앙드레김의 철두철미한 ‘작가정신’을 존경한다”며 저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책에는 앙드레김의 패션관과 꿈, 결혼관, 여성관, 삶의 방식, 그리고 ‘정상의 고뇌’가 담겨 있다. 패션쇼의 명 장면들, 스포츠형 머리에 검은 수트를 입고 마초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던 ‘청년 앙드레’의 모습, 최은희 윤정희씨를 비롯, 브룩실즈와 나스타샤 킨스키 등 ‘당대 은막의 스타’들과 앙드레김이 함께 찍었던 사진들도 공개됐다.
책이 나온 뒤 ‘저자’인 앙드레김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 그의 의상실에서 만났다. 수첩을 펴자 그는 스탠드를 켜더니 불빛을 볼펜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조정해 주었다.
조인직〓‘판타지’란 제목에 이유가 있나요?
앙드레 김〓저는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구요, 실제 이루어질 수 있는 꿈도 있고, 실제 이루어지지 않는 꿈도 상상의 세계 속에서의 환상적인 순간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지상에 존재하는 예술의 세계, 예를 들면 셰익스피어의 연극, 오페라, 발레, 드라마, 미술의 세계, 또 문학적인 수필, 시, 소설, 이런 모든 것들이 인류사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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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사랑과 가정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보수적이시던데요.
앙드레 김〓요즘 드라마 ‘고백’의 경우도 원미경씨가 있고, 유인촌씨가 있고, 또 정선경씨가 있는데 유인촌씨가 부인을 아아…, 떠나게 되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당돌하고 오만하게, 미안함 감도 전혀 없이, 부인에게 아아… 혹시 보셨나요, 저는 굉장히 치가 떨리게 분했어요. 한국적인 정서에는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후반에 들어서면서 변해가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구요.
조인직〓결혼을 안 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으신가요?
앙드레 김〓네, 그럼요. 제가 자라면서 장차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청소년기에 가지고 있었는데 일에 몰두하다 보니까 시간이 흐르게 되고, 그렇지만 여러 번 자주자주 느꼈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구요. 특히 나이드신 부부들의 숭고한 사랑을 보면….
조인직〓아들 중도군에 대한 애정표현을 하신 부분이 많던 대요.
앙드레 김〓대부분 입양을 하지 않고 부모가 탄생시킨 아기와 입양을 해서 키우는 아기는 부모로서의 아기에 대한 사랑이 굉장히 차이가 나지 않을까 상상하시는 분들도 있으신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제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그래서 아들의 학교에 가면 극성학부모의 이메이지(image)가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절대적으로…, 참 그래도 저 자신이 헌신적이라고 표현하는건 옳지가 않죠?
조인직〓글을 읽다보면 감동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앙드레 김〓아름다운 휴매니티(humanity·인간애), 아름다운 인류애적인 사랑에 대한 부분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특히나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 밤에 울다 깨고 또 꿈에서 어머님 뵈오면, 눈에 눈물이 흥건히 젖어있고 하던 그 순간, 그것을 언급한 부분이 굉장히….
조인직〓독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주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나요?
앙드레 김〓진실된 사랑, 순수한 진실, 또 세계적인 국제화, 여러 해 전부터 강조돼 오죠? 자기 자신, 자기가족을 위한 길이란 걸 느껴주셨으면 해요. 특히나 여성들에게는 진실된 사랑, 가족에 대한 사랑, 아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우리가 세월이 흘러서 정말 자랑스런 한국인이란 평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요.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책 속 말말말>
●…늘 “플리즈(Please)” “파든 미(Pardon me)”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하고 말하는, 그러면서도 어떤 황실의 왕족보다 더 자존심으로 가득찬 이메이지(image)들을 원합니다.
아아…, 순결하고, 순수하고, 아무에 의해서도 더럽혀지지 않고, 아름답고, 교양있고, 명예롭고, 환상적이고, 철학적이고, 낭만적이고, 세계적인 상식으로 가득차고, 천재적이고, 시적인 것들이 저를 흥분시킵니다.(머리말)
●…아들이 이가 아프다고 해, 웬일인가 물었더니, 함께 스쿨버스를 타는 3학년 형이 때렸다는 거에요. 다음날 아침 저는 아들과 함께 그 스쿨버스에 올라탔어요… (아들에 관해)
△저는 절대로 ‘패션’을 ‘빠숑’이라고 발음하지 않아요. 그건 웃기죠. 엉뚱하죠. 제가 어떻게 그런 표현을 하겠어요? …자신의 귀가 촌스럽고 무지한 건 모르고 떠벌이고 희화화 하는거죠…(오해에 관해)
●…요부적인 여성과의 정열의 불이 극에 달하다가 어느 순간 ‘아, 섹스만이 다가 아니다’ 하고 느껴지게 될 때, 그녀와 이룬 일그러진 세계에 정신적으로 많은 실망을 느끼죠. (결혼과 섹스에 관해)
<앙드레김이 즐겨쓰는 영어 베스트 10>
로맨티시즘(romaticism·낭만주의), 판타스틱(fantastic·환상적인), 인텔렉추얼(intellectual·지성적인), 아카데믹(academic), 이메이지(image), 플리즈(please), 오리엔탈(oriental·동양의), 에스프리(esprit·정신), 포멀(formal·격식있는), 인포멀(informal·스스럼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