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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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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은행제는 1999년 11월 서울 동작구가 처음 실시한 이래 경기 성남시와 군포시 등 전국 50여개 지방자치단체가 동작구로부터 ‘노하우’를 배워갔다.
동작 자원봉사은행에는 지금까지 1만300여명이 19만2000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온 것으로 등록돼 있다. 자원봉사은행은 소양교육을 받은 뒤 자원봉사를 하는 6000여명의 ‘정식 고객’에게 은행통장과 비슷한 ‘사랑나눔 통장’을 발급했다.
이 통장에는 봉사를 한 시기와 장소, 시간 등과 함께 봉사를 받은 시간과 장소 등이 기록돼 있어 봉사한 시간과 봉사받은 시간을 뺀 ‘잔고’를 확인해 이 범위 내에서 자신과 가족 등을 위한 자원봉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자원봉사은행은 또 ‘마이너스 통장’처럼 잔고를 초과해 봉사를 받은 뒤 이를 차차 갚아나갈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주부 김효진(金孝珍·45·동작구 신대방2동)씨는 2000년 11월 이곳에 통장을 마련한 뒤 경기 용인시 ‘영보자애원’에서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목욕봉사를 한 데 이어 지난해 여름에는 수해지역에서 빨래를 해주는 등 지금까지 약 100시간의 ‘봉사 실적’을 쌓았다.
김씨는 하루하루 사랑나눔 통장에 찍힌 봉사시간이 늘어가는 것이 뿌듯했을 뿐 한 번도 이를 되돌려 받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출금’을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석 달 전 등산을 하다 추락해 척추를 다치는 바람에 다리를 제대로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병원에서 퇴원을 했지만 산더미처럼 쌓인 집안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자원봉사를 요청했다.
김씨는 “남들보다 열심히 봉사하지도 않았는데…”라며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또 이 자원봉사은행의 ‘창립 고객’인 김계순(金桂順·여·53·동작구 상도4동)씨는 “통장을 보여주며 ‘자식들이 다 자라 곁을 떠난 뒤 늘그막에 써먹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면 따라오는 주부들이 많다”고 밝혔다.
선조들의 품앗이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뒤 동작구 상도동 동작문화복지센터에 이 은행이 입주할 공간을 내준 김우중(金禹仲) 동작구청장이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다.
동작 자원봉사은행 박상금(朴相今) 팀장은 “이 제도가 더욱 확산돼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나눔 통장이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동작 자원봉사은행에 대한 문의는 02-824-0019로 하면 된다.
한편 군포시가 직영하는 민간조직인 군포자원봉사센터와 성남 자원봉사은행은 ‘까치통장’이라는 이름의 통장을 발급해주고 있다. 현재 ‘고객’은 각각 1900여명과 800여명.
제도를 도입한 지 1년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자원봉사 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데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원봉사자가 적립한 실적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