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경의선보다 동해선 먼저’

  • 입력 2002년 8월 18일 19시 00분


제7차 남북장관급 회담 기간 중 북측은 동해선 철도 연결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측의 최대 관심사는 경의선 연결이었다.

경의선은 이미 남측 구간의 공사를 마쳐 연내 연결도 가능하지만 동해선은 군사분계선에서 강릉까지의 127㎞ 구간을 복원하려면 7∼8년이나 걸릴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북측이 동해선에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대목.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경의선은 중국과, 동해선은 러시아와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해선이 연결되면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이어져 획기적인 물자 수송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은 이른바 ‘공화국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 소련의 지원으로 건설한 발전소를 보수 및 재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러시아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목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달 중 연해주를 방문할 때도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정부는 북한의 의도야 어떻든 일단 북측이 철도 및 도로 연결에 긍정적 입장을 나타낸 만큼 동해선 구상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다. 토지수용에만 대략 2조원이 들어가는 강릉까지의 127㎞ 구간을 연결하는 문제는 나중에 검토하고, 우선 군사분계선에서 가장 가까운 저진까지의 9㎞구간을 잇는다는 것. 북한은 군사분계선에서 온정리까지 18㎞ 구간을 연결하면 된다.

다만 철도 공사 착공과 함께 시급한 문제가 육로(7번 국도) 연결.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은 18일 KBS 프로그램에 출연해 “7번 국도의 경우 북측은 군사분계선에서 200m를, 남측은 군사분계선에서 1300m를 연결하면 된다”며 이 같은 구상을 내비쳤다.

물론 정 장관의 이 같은 복안은 북측이 26일부터 열리는 2차 경협추진위원회에서 군사당국자회담 날짜를 곧바로 정하는 등 후속협의가 잘 이뤄져야만 가능한 일이지만 종전과는 다른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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