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울산공무원 기강해이 비상

  • 입력 2002년 8월 18일 17시 49분


‘월드컵 최강의 캠프가 울산에 온다.’

월드컵 대회가 끝난지 오래 됐건만 울산시청 현관 벽에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홍보판(가로 2m 세로 1.5m)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가 브라질 스페인 터키 등 3개국 훈련캠프를 유치한 것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월드컵 대회 이전에 설치한 것. 이들 3개국의 캠프 설치기간과 울산 월드컵 대회 일정, 문수경기장 전경 등이 담겨 있다.

시청으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면 한눈에 보이는 곳에 붙어 있지만 “철거하든지 내용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 공무원이 없었던 탓이다.

공직기강 해이현상은 이 뿐만이 아니다.

시가 5월 이후 시청과 남구청에 잇따라 도둑이 침입한뒤 문원경(文元京) 행정부시장을 반장으로 45명의 ‘공직기강 합동감찰반’을 가동한 결과 느슨해진 공직기강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출퇴근 시간과 점심 식사후 귀청(歸廳)시간을 점검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지난달 25일 시청의 한 직원은 점심식사 후 18분 늦게 귀청했고, 모 구청의 국장은 늦게 출근하는 등 모두 21명이 적발됐다.

또 지난달 26일 한 구청 사무실 냉장고에는 먹다만 술병이 있었다. 지난달 30일에는 불법 광고물 정비를 위해 관용차를 타고 나간 구청 직원이 불법주차를 한뒤 열쇠도 뽑지 않은채 문을 열어 놓고 30여m 떨어진 그늘에서 쉬다 감찰반에 적발됐다.

11일에는 직원 12명이 호우에 대비한 비상근무를 하고 있던 북구청에도 도둑이 들어 5개 사무실이 털리자 감찰반도 말문을 닫았다.

합동감찰반은 “공무원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감찰인력을 7개조로 나눠 ‘무차별 암행감찰’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 jr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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