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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4일 15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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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츠하오톈(遲浩田) 국방부장은 지난달 31일 인민해방군 건군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대만이 독립을 추구할 경우 무력으로 통일할 수 있다고 재차 위협했다.
▽천수이볜의 '일변일국((一邊一國)'론=천 총통은 "대만은 독립 주권국가이며 대만과 대안(對岸)은 모두 1개의 국가(일변일국)"라면서 "대만은 자기의 길을 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 총통은 대만독립 추구단체인 세계대만동향회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개최한 제29차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화상중계를 통해 대만어로 행한 축사에서 "중국은 무력사용 위협을 줄곧 포기하지 않고 '일국양제(一國兩制)'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요해 대만의 현상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대만의 미래는 2300만 대만 주민 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만의 현상을 바꾸는 것은 주민 투표에 의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롄잔(連戰)주석은 "양안관계를 해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경고했고,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주석은 "대만 지도자의 본분을 망각한 무책임한 언사"라고 강력 비판했다.
▽발언 배경과 향후 전망=천 총통의 발언은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1999년 7월 "대만과 중국은 특별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양국론)"라고 언급한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대만의 미래를 결정할 주민투표 실시를 새로 제안했다는 점에서 대만 독립 움직임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타이두(臺獨)'를 당 강령으로 삼고 있는 민진당의 천 총통은 2000년 3월 취임 직후 양안관계가 급랭하자 △대만 독립을 선포하지 않고 △국호를 변경하지 않으며 △양국론에 입각한 헌법 개정을 않고 △대만의 현상을 바꾸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4불(不) 원칙'을 천명했었다.
천 총통이 이번에 이같은 원칙을 스스로 깬 것은 양안관계가 핵심 이슈였던 지난해 12월 총선과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민진당이 '중국 통일'을 내세운 야당에 압승을 거둔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친대만 성향을 보이고 있는 점에서도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정치적 제스처'로 분석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발언 자체가 '타이두' 단체 앞에서 행해졌고, 주민투표의 시기를 못박지 않았으며, 중국의 반발로 양안간에 긴장이 고조되면 내리막길의 대만 경제가 더욱 위축되는 위험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이 중-미관계의 트러블 메이커로 떠오를 경우 미국이 대만과의 관계에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오히려 강화하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애드벌룬성 발언'을 한 것이란 관측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