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따라 춤추는 정책]지자체 예산-행정력 낭비

  • 입력 2002년 7월 25일 18시 30분


지방자치단체들이 관련된 각종 정책이 장관이 바뀔 때마다 덩달아 바뀌거나 심지어 폐기되는 일이 자주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충분한 준비 없이 정책이 졸속으로 수립되는 데다 장관들의 한건주의 등이 원인이며 예산 낭비와 정부의 공신력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동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게 만들었던 ‘태권도 공원 조성사업’이다.

이 사업은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문화관광부장관 시절인 2000년 5월 21개 자치단체들로부터 태권도 공원 후보지 신청까지 받았으나 장관이 바뀐 뒤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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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업은 2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인 만큼 유치할 경우 획기적인 지역 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들은 수억원의 예산을 써가며 유치작전을 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그 해 10월 후임 김한길 장관이 사업 유보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이렇다할 공식 방침조차 나오지 않고 있어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자치단체들은 “돈만 날렸다”며 허탈해 하고 있다.

울산의 공업역사박물관 건립은 주무 부처가 바뀌면서 결국 백지화된 사업. 김한길 전 문화부 장관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2000년 11월 박물관 건립을 위한 용역비로 8억원을 울산시에 제공했다.

하지만 업무가 산업자원부로 이관되면서 신국환(辛國煥) 장관은 “규모를 축소하라”고 지시했고, 후임 장재식(張在植) 장관은 “자동차 박물관으로 대체하라”고 해 결국 박물관 건립이 무산되고 말았다.

부산 항만공사(PA) 설립 문제는 김선길(金善吉)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99년 2월 본격 추진할 때만해도 부산 시민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최근까지 3년 5개월 동안 7명의 장관이 바뀌면서 추진 여부를 놓고 장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아직 실마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90년 중반부터 본격 제기된 수도권 공장규제 문제는 12개 부처가 관련된 것으로 상황 논리에 따라 장관들이 약속을 저버리기 일쑤여서 지방으로의 공장 유치에 기대를 걸었던 비수도권 지역 자치단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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