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쓰다 도요지/인정 물씬 “사랑해요 코리아”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3분


필자는 전주시 홍보대사 김성윤씨와 친분이 있는 경성여자사범학교 동창회장인 마쓰다 가즈코의 남편이다. 지난번 월드컵 관전 초청을 받고 전주시를 방문해 드넓은 호남평야의 풍요로운 자연을 접하고, 또 사람들과 가슴 따뜻한 교류를 할 수 있었다.

한국 방문은 6월5일부터 9일까지 3박4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이 기간 에 얻은 첫번째 인상은 일본이 이미 잃어버린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인정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데 대한 놀라움이었다.

6월5일에는 인천공항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내려갔다. 해상에 놓인 긴 가교를 건너자마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 마른 목을 축이려고 매점에서 캔주스를 샀다. 계산원 앞 긴 행렬의 끝에 섰을 때의 일이다.

바로 앞에 서 있던 스무살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뒤돌아보며 상냥하게 “먼저 하시죠”라며 순서를 양보해주는 것이었다. ‘얼마나 멋진 청년인가… 앞으로 한국여행에서 얼마나 좋은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며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이날 저녁식사는 호텔에서 차로 몇 분 걸리는 곳에 있는 한국요리점에서 했다. 갈비정식이었다.

필자는 보통 메모장을 갖고 다니며 여러 가지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것을 곧바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이 식사 때도 테이블에 놓여 있는 요리에 눈이 팔려 있으면서도 요리이름이나 재료에 대해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메모를 했다.

식사를 끝내고 호텔로 돌아와 메모지가 없어진 것을 알고 즉시 안내원에게 연락해 식당에 문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음날 월드컵 관전의 흥분도 가시지 않아 크게 만족한 기분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식당에 가는 길에 전날 식사한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안내원에게 부탁해 음식점에 물어본 결과 “네, 소중한 것 같아서…”라며 보관해둔 메모지를 넘겨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메모지는 깨끗하게 다림질까지 돼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

그 날 축구관전 때까지 우리 부부는 안내원의 안내로 전주 시내 조선시대의 옛 유적을 방문했다. 전주객사의 아름다움에 마음의 위안을 얻고 풍남문의 견고함에 경탄했다.

그중에서도 전주향사에서는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도 존엄한 분위기가 흐르는 당옥(堂屋)을 돌아보며 멋진 문화유산을 접하게 된 기쁨을 만끽했다.

3일째는 서울 호텔 안에서 식사 후 판소리라는 한국 전통예술을 감상할 수 있었다.

출연한 분은 인간문화재 조상현 선생의 제자인 문대순씨와 또 그 애제자인 5, 6세 여자꼬마 두 명이었다. 귀여운 어린아이가 때로는 격정적으로,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슬프게 북소리에 맞춰 춘향전을 들려주었다. 입에서 나오는 것은 깊은 감동의 한숨과 멋지다는 말뿐이었다.

‘나의 한국방문 체험은 너무나 밀도 높은 것이었다. 다시 이 나라를 방문해 풍요로움을 더욱 맛보고 싶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멀어져가는 한국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이 말을 가슴 깊이 새겨두었다.

마쓰다 도요지 일본인·76·일본 도쿄도 마치다시 쓰루가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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