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58…1925년 4월 7일(8)

  • 입력 2002년 6월 27일 18시 29분


갓난아기는 아버지를 보려는 듯 실눈을 뜨고 눈을 깜박였다.

성절복양 초생소아성규이복양자불수 두상발희자주요 오악유편 불길제성산불성인(聲絶復揚 初生小兒聲叫而復揚者不壽 頭上髮稀者主夭 五岳有偏 不吉啼聲散不成人). 그대로 전하면 희향은 나를 원망할 테지. 용하는 두 볼에 힘을 빼고 말했다.

“…재상이 될 관상이야. 제비같은 턱과 호랑이 같은 머리를 갖고 태어났으니”

갓난아기는 입술과 손발을 떨며 가늘고 날카로운 소리로 울었다.

“오오 우리 새끼, 착하지 착하지, 외할매다. 외할배가 살아 있었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꼬. 백일 잔치 무사히 끝나면 산소에 가서 알리마” 복이는 갓난아기의 손바닥이 자신의 집게 손가락을 꼭 쥐게 하고서 살며시 흔들었다.

“빙모님, 오늘 밤은?”

“자고 갈 거다. 산모가 찬물에 손을 담가서는 안 되니까. 이레 동안은 에미 대신 내가 집안 일을 하겠다. 에미한테 미역국도 끓여줘야 하니”

“그럼 애 좀 써 주이소” 라고 인사하고 용하는 방에서 나갔다.

“그럼 나는 저녁 준비를 하고 오마. 이제 김치만 썰면 되니까” 복이는 아쉽다는 듯 갓난아기의 손바닥을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철아, 안아 볼래?” 희향은 취한 듯한 눈길을 우철에게 향했다.

“괜찮나?”

“괜찮고 말고, 형님 아이가. 오른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왼손으로 몸을 안아라. 살며시, 살며시”

우철은 팔에 잔뜩 힘을 주고 갓난아기를 안았다. 갓난아기는 감은 눈 속에서 눈동자를 움직이고, 가끔은 입술로 쪽쪽 소리도 냈다. 너무 조그맣다, 너무 보드랍고, 너무 따뜻하고, 그리고 너무 안스럽고, 엄마하고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키워야 한다, 나는 이 아이의 하나밖에 없는 형이니까, 하고 생각한 순간 우철의 팔 속 덩어리는 열두 살 짜리의 팔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졌다.

“비” 희향의 목소리는 쉬고 갈라져, 거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우철은 집밖으로 귀를 기울였다.

“…비가 오네”

“…우철아, 아버지 어디 있드나?”

“영남루였는데, 와?”

호롱불이 비를 맞고 있는 것처럼 흔들려, 희향의 얼굴 위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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