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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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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사건은 1961년 ‘빈 외교협약’에 따른 공관지역 불가침권을 정면으로 위반한 데다 한국총영사관 직원들을 무차별 폭행한 중국 공안들이 만취한 상태였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측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해 한국외교관 폭행 및 공관 진입사건에 대해서는 중국 측에 엄중 항의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이지만 탈북자 문제와는 분리 대응할 방침이다. 그러나 중국 측이 폭행사건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외교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씨 부자 진입〓원씨 부자는 이날 오전 11시경(이하 중국시간) 택시를 타고 한국총영사관 앞에 내린 뒤 서문쪽으로 들어가려다 건물 보안요원들이 신분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자 갑자기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 인원복무국 방옥(房屋)공사 소속의 흰 모자를 쓴 보안요원 2명이 한국총영사관 측의 동의 없이 건물 검색대 안으로 쫓아 들어와 원씨를 건물 밖으로 끌고 나갔다. 원씨 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영사관 직원들이 한 평가량의 경비초소를 둘러싸고 보안요원의 진입에 항의하며 원씨를 되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방옥공사는 외교아파트를 전문적으로 임대 관리 및 경비하는 회사로 이 공사 보안요원이 총영사관 안에까지 진입한 것은 외국공관의 불가침권 침범에 해당된다. 영사관 건물 내에는 한국공관이 자체 고용한 경비요원이 있다.
▽보안요원과 총영사관 직원의 대치〓보안요원들이 원씨를 끌고 나가자 주변에 있던 중국 공안 2, 3명이 합세했다. 총영사관 직원 4, 5명은 공안들이 원씨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만들어 초소를 둘러싸며 대치에 들어갔다. 중국 공안들은 영사관 측이 원씨를 인도해줄 것을 거듭 요구했으나 “조사할 것이 있다”며 거부하고는 모처에 연락을 계속했다.
▽중국 공안의 한국외교관 폭행〓대치상황이 5시간 정도 지난 오후 4시경 승용차를 탄 중국 공안 현장지휘부와 10여명의 정복 공안이 탄 ‘京OB-06282’ 번호판의 승합차가 도착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총영사관 직원들도 7, 8명으로 늘어나 양측이 대치한 가운데 공안 1명이 손으로 거칠게 영사관 직원들을 밀치며 “중국 법률에 의해 탈북자를 데려가겠다”면서 비켜줄 것을 요구했다.
직원들이 이를 거부하자 중국 공안들은 갑자기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폭행을 시작했으며 이 와중에 체격이 건장한 공안 2명이 초소 안으로 들어가 원씨를 강제로 끌어냈다. 원씨는 공안들에게 끌려나가지 않으려고 초소 안에서 발로 버텼으나 길바닥으로 질질 끌려나가 강제로 미니버스에 내던져졌다.
중국 공안들의 만행이 약 10분간 계속되자 민원업무를 보러왔던 조선족 동포 2, 3명과 일부 한국언론 특파원도 총영사관 직원들에게 가세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총영사관 직원들은 “폭행을 한 공안들은 키가 180㎝가 넘는 건장한 체구에 무술을 익힌 것 같았으며 입에서 술냄새가 풀풀 풍겼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