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이수동-김은성 돈만 받고 역할 없었나

  • 입력 2002년 6월 11일 18시 28분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등 대형 비리사건에서 거물급 인사들이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청탁은 특히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대부분 ‘힘있는 기관’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이들이 실제 금품만 받고 청탁을 실행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검찰이 청탁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탁’만 있고 ‘실행’은 없다?〓검찰은 5일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등에서 청탁과 함께 돈과 주식을 받은 혐의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를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홍걸씨가 TPI의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과정 등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도 이용호씨 계열사인 KEP전자의 주가조작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됐지만 실제 로비활동을 벌인 사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J산업개발 대표 여운환(呂運桓)씨 역시 검찰수사 무마 명목 등으로 이용호씨에게 3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지만 결국 ‘여씨가 정관계 인사들과의 친분을 빙자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과 민주당 김방림(金芳林) 의원의 경우 진승현씨에게서 검찰 수사 및 금감원 조사 무마 등의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지만 역시 청탁 실행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와 관련한 각종 행정지원 청탁 명목으로 세풍그룹에서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된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도 직접 관계기관 등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청탁 실종의 배경〓알선수재죄는 검찰 금감원 등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제공받기만 하면 바로 적용된다. 다시 말해 청탁의 성사를 위해 실제 행동을 했는지는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검찰수사가 청탁을 성사시키기 위한 실제 행동을 밝히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종 로비대상이 각각 사회 경제 분야의 ‘사정기관’으로 불리는 검찰과 금감원에 집중돼 있는 것도 거물급 인사들의 실제 로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거물급 인사들이 청탁과 함께 거액의 돈을 받고도 아무런 행동도 안하는 ‘사기’를 쳤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진술 이외에 뚜렷한 증거 확보가 힘든 뇌물사건의 특성상 관련자들이 계속 부인하면 유력한 정황과 개연성이 있다고 해도 ‘실체’를 밝혀내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게이트 관련 인사들의 혐의
이름(직책)범죄 사실관련 사건 및 혐의
김홍걸(김대중 대통령 3남)-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청탁과 함께 TPI측에서 13억4400만원 상당의 주식 수수
-대원SCN 및 성전건설 측에서 사업상 청탁과 함께 각각 2억원과 7000만원 수수
-최규선의 각종 이권개입 등 비리 의혹 사건
-특가법상 알선수재
이수동(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이용호씨 계열사인 KEP전자의 주가조작에 대한 금감원 조사 무마 청탁 대가로 5000만원 수수-이용호 게이트
-특가법상 알선수재
여운환(J산업개발대표)-이용호씨에게서 검찰 수사 무마 청탁 및 계열사 전환사채발행 도움 명목으로 30억여원 수수-이용호 게이트
-특경가법상 횡령
-변호사법 위반
김은성(전국정원2차장)-금감원 조사무마 청탁과 함께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 수수-진승현 게이트
-특가법상 알선수재
김방림(민주당 의원)-검찰 수사 및 금감원 조사무마 청탁과 함께 김재환씨를 통해 진승현씨 돈 5000만원 수수-진승현 게이트
-특가법상 알선수재
유종근(전북지사)-세풍월드의 국제자동차경주 각종 인허가에 대한 사례와 세풍월드 사업권 매각과정의 행정지원 청탁과 함께 4억원수수-공적자금비리수사
-특가법상 알선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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