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전에서도 다시 한번…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32분


월드컵축구대회 16강 진출의 중요한 고비가 될 한국과 미국의 일전이 오늘 오후 대구에서 열린다. 대(對)폴란드전에서 이겼을 때의 감격을 기억하는 국민 모두는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많은 직장과 학교가 경기 시간 동안 휴무 또는 단축수업을 하기로 한 것은 뜨거운 국민적 성원을 말해준다.

선수들은 폴란드전에서 보여주었던 투혼을 이번에도 유감 없이 발휘해 여한 없는 한판 승부를 펼쳐주기 바란다. 미국팀의 기량이 최근 몰라보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의 많은 축구전문가들이 “한국축구가 이변(異變)의 주역이 될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대표팀의 기량도 높아졌다.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승부에 집착하면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만큼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는 자세로 뛰어 주기 바란다. 거스 히딩크 감독도 “한층 높아진 국민의 기대를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그 기대가 경기를 하는 데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응원에 나선 국민도 지난번 폴란드전 때처럼 성숙하고 질서 있는 응원문화를 재현해주기 바란다. 지나친 반미감정이 부작용을 낳을지 모른다는 일부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정 국가에 대한 호불호의 감정을 네거티브식 응원에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예컨대 미국 국가 연주 때 야유를 보내자는 일부 네티즌들의 주장은 대다수 국민의 생각과는 거리가 있다. 참가국 국기나 국가에 예의를 표하는 것은 일등국민의 자세이며 월드컵 공동개최국으로서 품위와 자긍심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 국민은 대표팀이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성적에 관계없이 그들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포용할 넉넉한 마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선수들에게는 훈련의 결과를 그라운드에 유감 없이 쏟아내는 일만 남아 있다.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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