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한 푼 안낸 후보들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7분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가운데 최근 3년동안 소득세 재산세 종합토지세를 한 푼도 안낸 사람이 전체의 9.1%인 998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납득이 잘 안 된다.

물론 세금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청빈하게 살아온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세금을 한 푼도 못 낼 정도의 사람이 과연 주민을 대표해 자치단체 살림을 꾸려나갈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혹 998명 가운데 재산을 빼돌리고 탈세를 일삼은 사람이 있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그런 후보를 선거일전에 구분해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며칠 전에는 전체 후보의 12.4%인 1361명이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중에는 민주화운동 등을 하다 전과자가 된 사람도 있겠지만 약 80%가 사기 횡령 폭력 절도 음주뺑소니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한다. 탈세한 후보까지 더한다면 이번 지방선거 후보의 자격과 자질문제는 정말 심각하다고 하겠다.

여기에다 벌써부터 일부 후보들은 허황한 공약과 약속으로 유권자를 속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저질 공격을 퍼부어 선거판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이미 유권자들에게 돈을 돌리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된 운동원도 있다. 월드컵 열기에 가린 이번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부정 타락 선거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는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보다는 자격 미달인 인사가 당선될 가능성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력이나 지역 연고가 당락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 단체장이나 의회의원들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는 것도 객관적인 인물검증 없이 ‘앞집의 누구, 뒷집의 누구’식 투표를 한 탓이다.

다시 그런 후보가 선출된다면 지방자치의 발전은 요원하다. 지방자치가 건전하게 뿌리내리려면 우선 유권자가 개개 후보의 과거 행적이나 도덕성에 대해 보다 냉철한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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