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후보 ‘정책구도 정치’ 하려면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09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역구도의 정쟁을 정책구도의 정치로 바꿔내겠다”고 강조했다.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두 지도자는 결국 대통령이 됐지만 지역분열에 발목이 잡혀 개혁을 끝까지 힘있게 추진할 수 없었다”는 게 노 후보가 말하는 정계개편의 명분이다.

문제는 정책구도 정치를 어떻게, 언제까지 이루어내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 후보는 그렇지 못했다. 노 후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김 전 대통령을 찾아가 부산시장 공천권을 사실상 위임한 것이었다. 분열된 양김씨의 과거 추종세력을 ‘신민주대연합’의 이름으로 묶어내기 위해서라는 것인데 결국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으로 판명됐다. 3김시대 종식이란 시대적 요구를 거스른 채 전직 대통령에게 공천권을 위임하는 구태의 정략적 모습을 재현했다.

이래서는 노 후보가 말하는 정계개편의 목표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눈앞의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원칙없이 서두른 기색이 역연하다.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정계개편 시기와 방법을 분명히 밝힐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 그를 입증한다. 그렇다면 노 후보는 이제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거들면서도 정작 방법과 시기에 대해서는 “정계개편의 구체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발을 빼서는 정치의 불안정성만 가중시킬 뿐이다.

노 후보는 어제 토론회에서 신당 창당설에 대해 “깜짝 쇼 하듯 당명 바꾸고 모양만 바꾼다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자민련과 합당은 안되지만 연대는 할 수 있다는 등 말로는 명분을 찾고 행동으로는 정략적 실리를 취하는 식은 안된다. 그런 정계개편은 이루어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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