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구제역 막는 생석회 '위험천만'

  • 입력 2002년 5월 2일 20시 09분


충남 부여군 홍산면 정동리 김모군(7·J초등학교 1학년)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경 소풍을 다녀오다 마을 앞길에서 넘어졌다.

흙에 얼굴을 파묻었지만 보통 때 같으면 툭툭 털고 일어나면 그만인 일. 그러나 이날 따라 구제역 방제용 생석회가 뿌려져 있어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다.

김군은 즉시 대전의 J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뒤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에 따라 서울 C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김군은 현재 회복세에 있지만 한 때는 실명까지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기도 했다.

생석회가 구제역 방역용으로 전국적으로 살포되고 있으나 정작 그 위험성에 대한 홍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눈을 다치는 등의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충남도만 해도 지난해와 지난 2000년 각각 부여 옥산면과 공주 사곡면에서 초등학생과 유치원생 한명씩이 생석회가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 공주 조모군(7)의 경우 3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다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었을 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었었다.

2000년 3월 구제역 이후 국내에는 매주 1회씩의 일제소독의 날이 생기면서 전국적으로 연간 27회에 걸쳐 수천톤의 생석회가 농촌의 도로 및 축사 주변 등에 뿌려지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생석회는 강 알카리성(ph 12)인데다 물과 섞일 경우 200도까지 온도가 높아져 눈에 들어갈 경우 치명적이다.

박영규(朴寧奎) 안과전문의는 “눈에 석회가 들어가면 각막 결막 등에 화학적 손상을 초래해 심할 경우 실명할 가능성도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충남도는 생석회로 인한 사고가 점차 잦아짐에 따라 보관시 수분이 닿지 않도록 하고 절대로 인체에 닿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구제역 방역용 생석회 안전사용 요령’을 만들어 2일 시군에 배포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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