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우루과이 레코바

  • 입력 2002년 5월 2일 17시 50분


‘11월의 부활’. 우루과이의 축구영웅 알바로 레코바(26)와 우루과이대표팀에게 지난해 11월은 극적인 반환점이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밀란에서 뛰고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레코바는 5년간 4550만달러(약 590억원), 평균 연봉 910만달러(약 120억원)로 세계 프로축구의 최고 연봉기록을 세웠던 초특급 스타였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6월 이탈리아와 유럽축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여권 위조사건’에 연루되면서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탈리아는 당시 각 팀당 유럽연합(EU)출신이 아닌 선수들을 5명까지 보유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중남미와 아프리카 선수들은 이탈리아 진출에 제한이 생겼다. 그러자 중남미 선수들은 이중국적을 이용한 편법을 사용했다. 자신들의 조상이 유럽에서 이주했다는 점을 들어 아예 이탈리아나 다른 유럽국가 국적을 취득한 것. 이 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일부 선수는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주장을 폈고 당국은 이를 확인하느라 곤혹을 치렀다.

레코바도 자신의 먼 조상이 이탈리아 출신이라며 이탈리아국적을 취득한 뒤 여권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레코바의 주장은 ‘의심스럽다’는 판정을 받았고 결국 그는 1년간의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그를 비롯한 10여명의 스타급 선수들이 중징계를 받았고 구단들은 수십만달러의 벌금을 물어야했다. “잠이 안온다. 축구는 내 인생이었다.” 레코바는 전성기에서 꺾이게 될 자신의 축구인생을 생각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야했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그가 소속돼 뛴 우루과이대표팀도 위기에 몰렸다. 12년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던 우루과이는 32장의 본선 티켓 중 31장의 주인이 가려진 뒤에도 마지막 한 장을 놓고 호주와 플레이오프를 벌였으나 탈락위기에 놓였다. 최후의 일전에서 두 골차 이상으로 이겨야했지만 어려워 보였다.

이즈음 레코바에게 극적인 반전의 순간이 마련됐다. 레코바는 그동안 다른 선수들과 함께 이탈리아법원에 특정지역선수 출전제한이 인종차별이라는 취지의 항소를 했다. 결과는 ‘이유있다’는 것이었고 그의 출장정지 기간은 4개월로 줄었다.

그는 11월부터 이탈리아무대에서 뛸 수 있었다. 그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괴력을 발휘했다. 11월26일 벌어진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레코바는 코너킥, 프리킥, 수비수 2명을 제친 어시스트 등으로 동료들이 3골을 터뜨리도록 도와주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한번 불붙은 레코바의 상승세는 엄청났다. 인터밀란에 복귀한 그는 최근 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는 등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외신은 ‘레코바가 부활함에 따라 올 월드컵에서 우루과이가 다시 꿈을 꿀 수 있게됐다’고 표현했다.

게다가 이탈리아 축구계는 그의 항소를 계기로 “축구계에서 인종차별을 걷어내자”며 최근 출신지에 따른 선수출전제한을 철폐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대승을 거둔 그의 승리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플레이스타일…프리킥-캐논슛장기 기복 심한게 흠

‘일 치노(il Chino·중국 아이)’.

눈이 갸름하고 동양인처럼 생겼다고 해서 레코바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외모는 그리 우람하지 않지만 그의 캐논 슛은 정평이 나있다. 17세에 우루과이 프로무대에 데뷔한 레코바는 거의 매경기마다 골을 넣으며 이탈리아 프로축구단의 눈에 들었고 97년 이탈리아의 명문 인터밀란으로 이적했다. 데뷔전에서 그는 20분만에 2골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장기는 왼발 슛.

특히 강력하고 정확한 프리킥이 유명하다. 그는 하프라인 근처 40m 부근에서 왼발 대포알 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또 힘있는 드리블과 위치선정 등 골감각이 탁월하다는 평.

‘남미의 지단’으로 불리는 점에서 알수있 듯 경기를 읽고 조율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기복이 심하다는 점. 이탈리아 프로무대에 하려하게 데뷔한 그는 이후 슬럼프에 빠져 주전에서 밀려 났고 한 때 베네치아로 임대되는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이후의 과정에서 보여지듯이 그는 결코 위기속에서 절망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절치부심, 베네치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다시 인터밀란에 복귀했다. 그리고 한결 유리한 입장에서 연봉협상에 임했다. 장외투쟁에서도 승부사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그는 무려 8개월간의 마라톤 협상을 벌였고 결국 2000년 12월 당시 축구 선수 사상 세계 최고연봉계약을 이끌어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레코바는 누구

△생년월일〓1976년 3월17일

△출생지〓우루과이 몬테비데오

△체격〓1m73, 68kg

△포지션〓미드필더, 포워드

△소속〓인터밀란(이탈리아)

△특징〓왼발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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