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때 그이야기]제9회 멕시코대회<상>

  • 입력 2002년 4월 25일 17시 38분


1970년 멕시코월드컵 출전 브라질축구대표팀이 펠레(앞줄 왼쪽에서 두번째)를 중심으로 포즈를 취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출전 브라질축구대표팀이 펠레(앞줄 왼쪽에서 두번째)를 중심으로 포즈를 취했다.
제9회 멕시코월드컵을 앞두고 아르헨티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삼키게 된다. 제7회 대회의 유치를 확신했다가 칠레에게 뒤통수를 맞은 아르헨티나는 이번 만큼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국제여론도 아르헨티나쪽으로 기운 듯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멕시코가 복병이었다. 칠레가 ‘동정표’로 월드컵을 가져갔다면 멕시코는 용의주도한 로비로 유치권을 따냈다. 1964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국제축구협회(FIFA) 총회에서의 일이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은 폭염과 고지대라는 악조건 속에서 치러졌다. 유치전에서 패한 아르헨티나는 칠레에 패해 지역 예선도 통과하지 못해 이중의 설움을 겪었다. 전 대회 우승국 잉글랜드와 개최국 멕시코는 자동출전. 치열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14개국이 이들과 줄리메컵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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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단연 돋보이는 팀은 ‘스타 군단’ 브라질이었다. 멕시코월드컵에서 어느 팀도 브라질의 기세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브라질에는 기량이 무르익은 ‘축구 황제’ 펠레를 비롯, 게르손, 자일징요, 토스탕, 리벨리노 등 스타들이 모여있었다.

물론 스타가 브라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잉글랜드의 ‘거미손’ 고든 뱅크스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고, 서독의 ‘폭격기’ 게르트 뮐러는 무려 10골을 집어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멕시코월드컵의 주연은 단연 브라질의 ‘축구 천재’들이었다.

브라질은 초반부터 승승장구했다. 첫 경기에서 동구의 강호 체코를 4-1로 따돌린 브라질은 여세를 몰아 역시 동구를 대표하는 루마니아를 3-2로 물리쳤다. 브라질 잉글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 멕시코 소련 서독 페루가 8강에 올랐다.

브라질은 8강전에서는 토스탕의 2골에 힘입어 페루를 4-2로 눌렀다. 이어 준결승에서 우루과이를 3-1로 꺾어 결승에 오르게 된다. 상대는 ‘수비 축구’의 대명사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서독과의 ‘연장 혈투’ 끝에 4-3의 힘겨운 승리를 거두고 브라질과 맞섰다.

브라질의 ‘화려한 공격진’과 이탈리아 ‘빗장 수비’의 대결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결승전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다. 브라질의 파상 공세에 이탈리아의 빗장은 너무 쉽게 열렸다. 펠레의 첫 골을 시작으로 게르손, 자일징요, 알베르토가 연속골을 따낸 펠레는 4-1로 이탈리아를 눌렀다. 브라질은 사상 처음으로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줄리메컵을 영원히 소유하게 됐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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