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건축-토지비 간접규제…'분양가 하향조정' 압박

  • 입력 2002년 4월 21일 17시 38분


서울시가 다음달 7일 청약을 받는 4차 동시분양 아파트부터 평당 건축비와 토지 매입비를 규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 분양가는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당 분양가가 최고 1400만원대를 넘어선 강남 서초구 등 강남권 아파트들은 이번 조치로 분양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떻게 규제하나〓서울시는 평당 건축비가 300만원(표준건축비의 130% 수준)을 넘거나 토지 매입비가 공시지가의 120%를 넘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산출명세서 제출을 요구하고 자율 조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런 방침은 현행 분양가 자율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간접규제 방식으로 분양가 급등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분양가 규제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 품질 저하 등 부작용을 막고 자율 권고를 통해 업체들이 분양가를 낮추도록 유도하겠다는 것.

서울시는 지형, 접근성, 조망권 등이 비슷한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높은 신규분양 아파트에 대해서는 분양가 산출명세서를 관할 구청이 제출받아 검증작업을 벌일 방침이다.

배경동(裵慶東) 서울시 주택국장은 “이번 조치를 4차 동시분양부터 적용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건축비나 토지 매입비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주택건설업계〓신규 분양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택사업의 특성상 땅값 등 장부상 공개되는 비용 외에 비공개로 사용하는 비용이 많아 이들 비용을 분양가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건축비에는 모델하우스 설치 비용 등 각종 비용이 포함된다”며 “국세청 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건축비를 300만원으로 낮추면 채산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급등세를 보이던 분양가가 다소 진정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구청이나 국세청의 조사를 받으면 업체 이미지가 나빠져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이 책정했다가 세무조사를 받으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가를 다소 낮춰 마진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 된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시장은 위축될 듯〓분양가 간접 규제로 가장 타격을 받을 분야는 재건축 시장. 지금까지 서울지역에서 공급되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금을 덜 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일반 분양하는 물량의 가격을 올렸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분양가에 제한을 받게 되면 사업 추진이 벽에 부닥칠 공산이 크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재건축 사업의 속성상 조합원들이 부담해야 할 공사비가 높아지면 사업 자체가 백지화될 수도 있다”며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 물량인 점을 감안하면 주택공급이 부족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택 품질은 떨어질 듯〓분양가 자율화 이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채택해 온 고급 마감재와 혁신적인 설계 기법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평당 건축비가 300만원으로 제한돼 업체가 고급 자재나 공사비가 많이 드는 평면 구조를 선택할 여지가 없어지기 때문.

그러나 화려한 모델하우스 설치나 재건축 수주를 위한 과다한 홍보 비용 등 분양가를 높이는 간접비용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올해 서울지역 아파트 평형별 가격 상승률(전월대비) 추이 (단위:%)
평형 1월2월3월
20 이하 5.026.293.53
21∼255.054.102.96
26∼306.633.923.09
31∼355.53.853.01
36∼405.633.603.03
41∼453.433.142.86
46∼503.693.882.86
51∼553.552.963.82
56 이상 1.72.352.61
자료:부동산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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