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규선 게이트'의 시작인가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느닷없이 등장한 ‘최규선(崔圭先)’이라는 인물이 풀어놓기 시작한 ‘의혹의 보따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최씨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수시로 돈을 주었다는 주장이 관련자의 증언 및 은행기록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씨는 외자유치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98년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홍걸씨가 대통령에게 알려 결과적으로 무혐의 처리됐다는 ‘비밀’까지 털어놓았다. 등장인물의 비중, 깨끗하지 않아 보이는 거액의 비자금, 나날이 커지는 의혹. 이만하면 ‘대형 게이트’의 요건은 갖췄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의 핵심은 그가 대통령의 아들을 비롯한 권력층과 어떤 관계였으며, 그 관계를 배경 삼아 이권에 개입해 이익을 챙겼는지 여부다. 이번 의혹은 최씨와 그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씨의 사사로운 싸움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맞고소를 할 정도로 감정이 악화돼 각자의 주장을 모두 믿을 수는 없지만 최씨가 권력층과 보통 이상의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만은 확실해 보인다.

최씨는 “홍걸씨와 형제처럼 지내 왔으며 거액의 용돈을 주는 등 도와주고 보살펴 주었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반대편에 선 천씨마저 홍걸씨의 동서가 최씨에게서 수시로 돈다발을 받아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걸씨는 청와대를 통해 “최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경제적 도움을 받는 사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한 가지 사안을 놓고 2개의 진실이 있을 수 없다는 점만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검찰이 관련자 6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최씨의 차명계좌 추적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이번 의혹만큼은 완벽하게 파헤쳐 검찰이 드디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게 됐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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