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김동광 감독 ‘지옥’같았던 한달

  • 입력 2002년 4월 5일 17시 40분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달이었습니다”.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의 김동광 감독(51)이 5일 구단으로부터 연봉 1억7000만원에 1년 계약 연장 통보를 받았다. 삼성의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지 꼭 한달만.

전 시즌 우승팀이 플레이오프에 탈락한 것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이자 팀을 챔피언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지 1년만의 추락이어서 구단은 물론 김 감독으로서도 선뜻 올시즌 성적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당연히 부진의 책임을 두고 감독 교체론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유구무언’일 수 밖에 없었던 김 감독은 자신의 진퇴문제를 구단에 일임한채 부진 원인 분석과 스프링리그를 대비해 선수들 지도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마음은 비웠지만 선택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슴한켠에서 불쑥 찾아오는 불안과 회한마저 떨칠 수는 없었다.

피가 마르고 체중이 쑥쑥 빠져나가는게 느껴질 만큼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197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가드로서 코트를 펄펄 날았고 이후 기업은행과 SBS 스타즈, 국가대표팀 감독을 거치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시련이었다.

결국 한달이란 긴 시간이 흐른 뒤 구단은 김 감독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큰 결심을 했고 김 감독은 좌절을 딛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솔직히 지난 시즌 우승한 뒤 자만심에 빠져 안이하게 대처했던 게 사실입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나는군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죠.”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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