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자까지 얹어 준 '뇌물'

  • 입력 2002년 4월 3일 18시 01분


김대중 대통령이 세운 아태재단과 이 재단 부이사장 김홍업씨 측근을 둘러싼 비리의혹은 어디가 그 끝인지 모를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번에 밝혀진 평창정보통신 주식투자 소동은 권력 주변이 얼마나 썩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사례라 하겠다.

이수동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와 김홍업씨 주변 인사들의 평창정보통신 주식투자 사건은 그들 주장대로 단순히 투자 목적이었을 경우 법적으로는 문제가 안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권력 주변 인사들에게만 주어진 특혜성 투자 기회와 기막힌 손실보전 방식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당시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최고 7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들에게는 주당 1만원에 제공됐는데 그런 기회가 공개적으로 일반 국민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것임은 물론이다. 더구나 주가가 폭락하자 회사가 이자까지 얹어서 투자금액을 돌려준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해명될 수 없는 특혜이자 뇌물이다. 투자했다가 떼돈을 벌면 투자자의 몫이고 손해 보면 회사가 이자까지 붙여 되돌려 준다고 할 때 세상에 돈을 벌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사건의 배경이었던 2000년 당시 우리 국민의 3분의 1정도는 정부가 주도한 벤처붐에 들떠 투자에 나섰다가 주가가 급락해 가산을 탕진하고 ‘쪽박’을 찬 경험들을 갖고 있다. 투자금의 90%이상을 날린 데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나올 때 다른 한편 권력주변 인사들에게는 이자까지 얹어진 투자금이 돌려졌다니 이런 세상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대통령의 아들이 이 재단에 없었다면 반대급부를 겨냥한 특혜가 주어졌을까. 그런 차원에서 이번 사건은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재단인사들을 부패와 비리에 물들게 한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가 1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덧붙여 검찰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함으로써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일부분이나마 달래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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