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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31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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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가 상대편 문전에서, 이들 아줌마처럼 전광석화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충고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슈팅은 흡사 아줌마가 빈 자리에 핸드백을 던지는 것처럼 정확하고 재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은 이런 아줌마들의 ‘자리 사랑’을 고깝게 여긴다.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아줌마들을 비난하는 글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보면 아줌마들을 욕할 일은 아니다.
자리를 탐하는 아줌마의 상당수는 걸레질 등 쪼그려 앉아 하는 집안일 때문에 무릎 관절이 닳아 퇴행 관절염에 걸린 환자들이 많다. 또 ‘비만’으로 관절이 망가진 주부도 적지 않다.
한국의 중년 여성에게 관절염 환자가 많은 것은 ‘남아선호 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아들을 낳기 위한 반복된 임신과 낙태는 관절에 직접적인 무리를 준다.
딸을 낳고 눈치가 보여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아줌마는 또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최근의 잇단 연구 결과는 임신이 면역 체계를 혼란시켜 류머티스 관절염을 유발한다는 사실도 밝히고 있다.
관절염의 통증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김모씨(52·여·인천 중구 항동)는 이렇게 말한다.
“계단 한 칸 오르기 힘든 다리로 버스에 오르고 나면 등에 식은 땀이 난다. 10분 지나면 발목, 무릎에 골반까지 아프다. 온몸이 후들후들 떨린다. 빈 자리가 나면….”
아줌마들의 자리 확보는 어떤 이익집단의 생존권 못지 않게 절박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한국의 어머니’들을 위한 배려가 너무나 부족하다.
동아일보가 창간 82주년을 맞아 대한정형외과학회와 함께 벌이는 ‘관절염’ 캠페인을 계기로 관절염으로 고통 받는 한국의 중년부인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마음이 확산되기를 빈다.
오늘 저녁 퇴근길 버스에서 보고 싶다. 힘겹게 올라와 휘청 걸음을 딛는 아줌마에게 누군가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말이다.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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