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디지털상인-1]동네 자전거포 월매출 1억8000만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1분


≪인터넷에는 오늘도 수억명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그들은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에서 ‘고도’처럼 외로워 보인다.

하지만 네트워크는 이들, 수천 수만명을 불과 몇초만에 하나로 묶어준다. 소문은 급속히 확산되고 인기를 모은 사이트는 부를 창조하는 발판이 된다. 인터넷을 홀로 항해하지만 거부를 창출하고 있는 ‘디지털 상인(商人)’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들이 ‘현실’에서 갖고있는 가게는 산골마을이나 시장골목 뒷편에 있는 허술한 몇평짜리에 불과하다. 아예 가게가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디지털을 통해 연간 수억∼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적 네트워크를 겨냥하고 있다.

‘디지털 상인’은 지식정보화사회의 새로운 파워집단인 이른바 ‘보보’(BoBo)와 공통의 특징을 갖고 있다. 보헤미안처럼 독립적으로 활동하지만 조직과 기업 못지않게 커다란 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초고속인터넷망, 또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인터넷 이용률을 갖고잇다는 점에서 ‘디지털 상인’의 특급 토양이 되고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로 새로운 상도(商道)를 개척하고 있는 디지털 상인의 성공비결을 연재한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둔촌역 3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200여미터 들어가면 다이나믹스포츠 ‘자전거포’를 만난다. 매장은 50여평. 주택가의 조그만 이 가게는 8월에만 800여대의 자전거를 팔았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1억8000만원.

이 동네 사람, 모두가 갑자기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 한 것일까?

이 가게는 ‘목’을 잘못 잡고있었다. 대로변에서 골목을 두 번이나 꺽어 들어가야 하니 유동인구도 없는 편. 인테리어는 창고에 가깝다. 김기상사장(42·사진) 외에도 경리직원, 자전거 수리와 조립을 담당하는 직원 1명과 아르바이트생 1명 등 4명이 있지만 손님맞이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사장과 경리직원은 하루종일 컴퓨터만 쳐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다이나믹스포츠는 어떻게 연간 수천대의 자전거를 팔아치울까.

비결은 ‘디지털’과 ‘인터넷’. 김사장의 오프라인(off-line) 매장은 한적한 곳에 있었지만 온라인(on-line)매장만큼은 한국에서 가장 고객이 붐비는 ‘목’에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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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은 자신의 가게를 옥션(www.auction.co.kr) 야후쇼핑(www.yahoo.co.kr) 이스포즈(www.espoz.com) 드림스포즈(www.dreamspoz.com) 등 사이버세계에 올려놓았다. 또 ‘DM스포츠’라는 자체 홈페이지(www.bike114.com)도 운영중이다.

매출의 60%는 옥션 경매에서 올리고 있다. 가게에 오는 손님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김사장은 ‘자전거 거상(巨商)’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는 1985년 1월 5일 자전거부품도매 가게를 차리면서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잘나가던 사업은 1999년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렸다. 위기의식을 느낀 김사장이 선택한 길은 ‘인터넷’. 컴맹이던 그는 1999년 10월 어느날 무작정 동네 컴퓨터학원에 등록한 뒤 워드와 엑셀 등 닥치는대로 사용법을 배웠다. 김사장은 가게에 컴퓨터를 들여놓았다.

200만원을 주고 외주업체에 홈페이지 제작도 맡겼다. 그러나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홈페이지 제작과 운영은 손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년 4월 옥션에 입점(入店)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상인’의 길로 들어섰다. 그 직전 한 경매사이트에 자전거 5대를 경매로에 올렸으나 손해만 보았다. 낙찰가가 원가 11만원보다 낮은 8만5000원에 정해진 것. 이 실패를 바탕으로 노하우를 쌓아나갔다.

인터넷에서 장사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쓴 맛을 보고 있지만 김사장은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그에게 ‘닷컴 위기론’은 남의 이야기다. 그는 “사람들이 왜 인터넷이라는 효과적인 마케팅 도구를 활용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사장의 인터넷 상술의 첫 번째 핵심은 사진.

“사이버 공간은 제품을 보지 않고 구매의사결정을 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제품 사진이 그럴싸하지 많으면 물건이 팔리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진만큼은 전문 스튜디오에서 찍습니다. 고객들의 반응이 크게 달라요.”

인터넷 경매 때 제품을 적게 올리는 것도 두 번째 노하우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는 기본 경제법칙을 지키고 있는 것.

세 번째 노하우는 고객의 수요 변화를 끊임없이 살피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전혀 안팔리는 최신모델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 모델을 약간 수정해 몇 대만 경매사이트에 올려봤습니다. 구매희망자들이 벌떼처럼 몰리더군요. 나중엔 물건이 부족해서 못팔 지경이었습니다. 인터넷은 고객의 반응을 빠르고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차별화는 네 번째 노하우. 자전가 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그대로 인터넷에 올리지 않고 안장이나 물받이 하나라도 독특한 디자인을 덧붙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사의 기본인 ‘신용’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사장은 “일부 판매자들은 원가보다 낙찰가가 낮게 정해지면 물건 인도를 거부하기도 한다”면서 “상대방을 볼 수 없는 사이버공간일수록 신용을 더 중시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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