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디지털 상인-2]열대어 취미가 사업으로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9시 28분


“아마도 선천적으로 물고기를 좋아하는 유전인자가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우연히 수족관을 지나가다가 별안간 물고기와 사랑에 빠지거든요. 저도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낚시를 간 것을 계기로 물고기 기르는 취미를 갖게 됐으니까요.”

열대어 전문 사이트 트로피시넷(www.trofish.net)을 운영하는 김정민씨.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동의 오피스텔에서 만난 그는 ‘실장’ 직함이 있는 명함을 내밀었다. 서른둘 나이에 ‘사장’이라고 내세우기가 민망하단다.

취미도 훌륭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김실장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처음엔 취미〓김 실장은 95년 군제대 후 광운대 컴퓨터공학과 복학을 준비하던 중 열대어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관상어 사육법 책을 주로 스캔해 썼다. 이 사이트는 다음해 유니텔의 홈페이지 경연대회에서 입상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다음. 김실장은 이런저런 일을 하느라 99년 초까지 홈페이지를 방치해 뒀다. 그런데 그 사이 홈페이지가 혼자 쑥쑥 자라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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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사이트를 통해 알려지게 됐나봐요. 자료 업데이트를 안하는 데도 방문객이 나날이 늘어나더군요. 자기들끼리 게시판에서 정보를 교환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동호회가 생겨 있었습니다.”

그는 결국 1년여 동안 준비를 거쳐 올해들어 본격적으로 사이트 운영에 나섰다.

트로피시넷에는 현재 김실장과 직원 2명이 일한다. 직원들은 웹사이트 관리와 배송관련 업무, 소비자 상담을 맡고 있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맡겨놓은 서버 관리 비용은 한달에 40만원 정도. 매출은 월 2000만원 가량에 순익은 500만∼600만원선이다. 김실장의 목표는 5년 후 5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연 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다. 그는 사육용품 경매와 광고를 통한 수익모델도 생각하고 있다.

▽매니아 사이트의 가능성〓트로피시넷이 시사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동호회원의 강한 연대. 취미로 뭉쳐진만큼 ‘자발적인 참여도’가 높다. 현재 이 사이트의 하루 히트수는 약 70만 건. 하루 방문자 2만명에 회원수는 1만명 가량이다.

“매니아 사이트의 장점은 회원들의 충성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저희 사이트 회원들도 하루 2번 이상 접속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커뮤니티 형성도 무척 잘되는 편입니다. 열대어의 경우 관련 사이트가 별로 없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시장이 그리 크지 않아도 동호인들이 많이 모이면 사업성이 있거든요.”

현재 전국의 열대어 동호인은 약 1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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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어 사이트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는 개나 고양이보다 키우기가 까다롭기 때문. 인터넷이 그 역할을 하고 사람이 모이다보니 자연히 ‘경제규모’를 형성했다는 이야기다.

▽회원 관리〓경쟁 사이트가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 트로피시넷가 시장 점유율(애완동물 관련 사이트의 20% 정도)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회원관리가 관건이다.

깊이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회원 관리에 힘써야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김실장은 동호회의 게시판 문답 이외에 전화 응답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전화를 걸오는 사람 하나하나가 잠재적인 고객이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트로피시넷은 가격을 내릴 수도 있지만 ‘기존 가격질서를 무너트리지 말아달라’는 거래선과의 약속 때문에 가격을 적당선으로 유지하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한다. 매니아를 사로잡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트로피시넷은 현재 800여종의 상품을 팔고 있다.

고가품보다 저가품이 많이 나가는 편. 회원들이 한번에 구매하는 물건은 평균 4만원 어치. 여기에 택배비용 3000원이 따로 들어간다. 앞으론 좀 더 고급품인 바닷물고기 용품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또 다른 도전〓트로피시넷은 올 연말 ‘살아있는’ 열대어 판매에 나설 계획. 하지만 생물판매에는 고려할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민한 어종은 배달 중 쇼크로 죽을 수도 있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든 배달 후에 물고기가 죽었을 경우입니다. 자칫하면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현재 보상규정을 우선 마련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대중 어종과 희귀어종을 모두 판매할 예정이다. 이것도 웹사이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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