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카드·보험특집]카드광고, 30대 직장男으로 타깃 전환

  • 입력 2002년 3월 11일 17시 19분


비씨카드의 '비씨로 사세요'(사진 위)와 현대카드의 '숨가쁘게 일 했다면 한번쯤은 떠나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비씨카드의 '비씨로 사세요'(사진 위)와 현대카드의 '숨가쁘게 일 했다면 한번쯤은 떠나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연 400조원대 매출’을 내는 신용카드업계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광고 전쟁을 치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카드가 공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는 올해 기존 카드사들이 잔뜩 긴장한 가운데 카드 광고업계엔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우리 신용카드를 쓰면 이만큼 좋다’는 실익 중심 광고에서 ‘신용카드로 삶의 질을 높여보자’는 이미지 광고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씨카드. 그동안 탤런트 김정은을 앞세워 가벼운 멜로디와 함께 “비씨로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반복해 전달했다. “은행대출 때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현금·연체 수수료가 낮아 실리적”이란 구체적인 정보는 신문 등 인쇄매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비씨카드는 ‘사세요’의 개념을 쇼핑(買)에서 라이프스타일(生)로 바꿨다. 비씨카드 이현호 차장은 “비씨카드로 물건을 사면 좋다는 것에서 비씨카드를 쓰면서 삶의 질을 높여보라는 쪽으로 메시지를 바꾸려고 시도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김일주 팀장은 “포인트를 쌓으면 실속 있다는 컨셉트에서 기존 모델인 고소영에게 가족을 갖도록 해 심리적 안정감 등 카드의 순기능을 강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영화 ‘두사부일체’로 스타가 된 영화배우 정준호와 영화 ‘소름’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진영을 모델로 내세워 광고전에 뛰어들었다. “떠나라”라는 문구를 통해 자동차카드라는 이미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할 뿐 상품소개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광고업계에선 “카드회사가 상품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카드시장이 이제는 ‘이미지 선호’로 승부가 갈릴 것이란 점에 주목한 것 같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카드업계를 휩쓸었던 여성모델 돌풍에 맞서는 톱 클래스 남성모델의 등장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 배용준 정우성 박찬호 등 톱클래스 모델이 전면에 나섰다.

삼성카드 김 팀장은 “고객 선호도 조사결과 삼성카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는 ‘30대 중반의 세련되고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남성’이란 결론을 얻고 배우 정우성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측은 “고객의 남녀 비율이 55 대 45로 남성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영애 신드롬을 일으켰던 LG카드도 드라마 ‘겨울연가’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배용준을 캐스팅했다. LG카드 여동근 과장은 “여성전용 레이디카드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재미를 봤지만 너무 여성적이란 이미지를 얻게 됐다”며 “여성에게 인기를 끄는 배용준을 통해 기존 여성고객을 유지하면서 남성적인 균형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동일한 배경음악도 록가수 윤도현이 강한 비트를 강조했다. LG카드의 성비는 52 대 48 정도로 여성고객이 더 많다.

국민카드도 영화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을 통해 ‘여왕이 돼라’며 여성고객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올초부터 시즌을 마친 메이저리거 박찬호를 등장시켰다. 물론 “나랑 결혼하실래요”라는 카피로 젊은 여성에게 어필하겠다는 동시 전략도 잊지 않았다.

외환은행에서 분리된 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외환카드는 남성모델 이정재를 여성으로 바꾼 경우. 도심에서 미식축구를 마친 뒤 헬멧을 벗는 선수가 여배우 송윤아라는 광고를 선보였다. 외환카드 측은 “여성도 남성과 함께 거친 경기를 할 수 있고, 또 당당히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회사의 모태인 외환은행이 점잖은 이미지여서 여성고객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아멕스카드를 발급하는 동양카드는 TV광고 없이 신문 잡지광고에 주력하는 경우. 아멕스 그린카드의 연회비가 5만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대중화보다는 고급화를 지향하겠다는 전략에서다.

비자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중국의 유명 여배우 장쯔이를 모델로 기용한 새 TV광고를 만들어 이달 초부터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카드 광고와 관련해 또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은 최근 이동통신과 함께 광고업계 물주로 떠오른 카드광고가 유행어를 낳기 시작했다는 점. 비씨카드 카피인 ‘부∼자되세요’는 올 상반기 최대 유행어가 될 전망이다. 비씨카드 이현호 차장은 “이 광고는 새해 첫날 후 닷새, 설 직후 닷새만 광고를 낸 ‘열흘짜리 단발 광고’였다는 점에서 놀라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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