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수동씨 '검찰 하수인' 자수하라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이수동(李守東) 전 아태재단 상임이사에게 ‘이용호씨 게이트’ 수사상황을 알려준 검찰 고위 간부를 찾는 한심한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특별검사팀의 수사선상에 오른 검찰 간부는 많지도 않은 2, 3명에 불과하다. 특검에서는 이미 특정인을 용의자로 지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포위망이 압축되고 있는데도 모두 수사기밀 유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니 검찰 간부는 죄를 자백할 용기도 없고, 죄 없이 눈총을 받고 있는 동료에 대한 의리도 없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이씨가 입을 다물고 있으나 “지난해 11월 초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전화를 걸어와 ‘도승희(都勝喜)씨가 곧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다’고 알려줘 도씨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는 그의 진술을 지울 수는 없다. 그리고 특검이 이씨의 통화명세를 조사하고 있으니 조만간 어느 검찰 간부가 그와 통화를 했고 누설한 수사기밀은 무엇인지 드러날 것이다.

사실이 밝혀지기만 한다면 과정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전체 검찰의 명예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검찰 고위 간부가 범죄 관련자의 도피나 증거인멸로 이어질 수 있는 수사기밀을 유출하고도 오리발을 내밀다 특검에 의해 잘못이 드러난다면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승남(愼承男) 전임 총장의 불명예 조기퇴진 이후 어렵게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검찰이 또다시 흔들리게 된다.

수사기밀을 누설한 검찰 간부는 구차하게 숨어 있지 말고 스스로 사실을 밝혀야 한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폭풍이 닥치는 것을 모른 체하는 사람은 간부 자격이 없다. 관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손을 들고 나와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 그나마 검찰을 동반추락에서 구하는 길이다. 검찰도 특검의 처분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수사선상에 오른 간부를 찾아내 한시라도 빨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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