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외국인 즐길 문화공간 부족"

  • 입력 2002년 3월 3일 18시 04분


브라질을 ‘축구의 나라’라고 부르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브라질 음식 전문 식당인 서울 중구 정동 ‘이빠네마’의 요리사 조자마르(23)는 브라질의 화려한 역대 월드컵 전적을 속사포처럼 외운다.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한 유일한 국가인 브라질은 58년 스웨덴, 62년 칠레, 70년 멕시코, 94년 미국 월드컵 등 통산 4번의 월드컵 우승을 했지요. 펠레, 호마리우, 호나우두 등 세계적인 브라질 축구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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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파나마주 출신으로 지난해 한국에 온 그는 “만약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한국에 지면 망망대해를 헤엄쳐 브라질로 돌아갈 것”이라며 브라질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익살스럽게 과시하기도 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이 개선할 점으로 조자마르씨는 한국인들에게 민감한 ‘개고기’를 화제로 끄집어냈다.

브라질 사람을 포함한 외국인들 중에는 그들이 한국 식당에서 먹는 고기가 혹시 개고기가 아닐까 무척 염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

“브라질 사람들은 개를 사람만큼이나 친근하게 여깁니다. 한국의 브라질 식당을 찾는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브라질 숯불 양고기를 보고 혹시 개고기가 아니냐고 묻습니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개고기’라는 인식이 있죠. 개고기에 반감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을 위해 음식점 메뉴에 영문 표기뿐만 아니라 음식 재료와 조리 방법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포장마차를 즐겨 찾는다는 그는 “외국의 ‘푸드 코트(food court)’처럼 적은 비용으로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이 한국에 많이 생겼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브라질에는 젊은이들이 모여 삼바를 추며 즐길 곳이 많다”며 “월드컵 기간에 외국 젊은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문화 행사와 놀이공간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인들이 두 손으로 공손하게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국인의 미덕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겨줄 것입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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