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태재단 의혹 규명하라

  • 입력 2002년 2월 21일 18시 04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평화재단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재단의 부이사장인 김 대통령의 아들 홍업(弘業)씨의 측근이 무슨 게이트에 연루돼 있다든지, 재단 임원명함을 찍어 가지고 다니며 행세하는 여권인사가 있는 등 여러 가지 비리 의혹에 물들어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지난해 말엔 재단후원회 사무처장을 지낸 인사가 기업체에서 거액을 받았다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에는 이용호(李容湖)씨의 돈 5000만원이 재단 사무총장과 상임이사를 지냈던 이수동(李守東)씨에게 전달된 것으로 특별검사팀에 의해 밝혀져 또 한번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는 40년 가까이 김 대통령을 보좌해온 사람으로 아태재단에서 핵심 역할을 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사표를 냈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이용호 게이트의 검은 돈이 대통령이 만들고 대통령의 아들이 부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의 핵심 관계자에게 들어간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일들이 자꾸 드러나기 때문에 이용호 게이트에 권력핵심이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아태재단은 지난해 국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 만일 이용호씨의 돈이 입출금된 것으로 드러나면 재단을 해체할 용의가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다가 이 전 이사가 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되자 이제는 개인 문제로 돌리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돈이 개인차원의 것인지, 재단차원의 것인지 단정할 근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아태재단의 핵심인사가 아니었더라면 그 같은 돈이 ‘거래’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를 마치 남의 일처럼 보는 아태재단의 태도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특히 돈을 받은 시점이 2000년 총선 직전으로 민주당 김봉호(金琫鎬) 전 의원이 5000만원을 받은 때와 일치해 당시 아태재단이나 정치권에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갔을 것이란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지금 밝혀진 돈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아태재단이 김 대통령 퇴임 후를 대비해 서울시내 한복판에 대규모 재단 건물을 신축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들이 적지 않다. 퇴임한 대통령에게 왜 그같이 큰 건물이 필요한가.

특검은 이 전 이사가 받은 돈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 당시 아태재단 자금지출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 아태재단도 있었던 사실을 명확하게 밝혀 스스로 의혹을 떨어내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