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개각]원칙없는 '맘대로 인사'

  • 입력 2002년 1월 29일 19시 10분


1·29 개각 및 청와대 비서진 개편내용에 대해 기준과 원칙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탕평인사는 구두선(口頭禪)〓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후 청와대는 ‘호남 출신의 요직 독점’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탕평인사를 공언해왔지만, 이번 개각 결과는 그런 다짐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특보, 전윤철(田允喆)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 자리가 호남 출신으로 보임됐고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갖는 송정호(宋正鎬) 법무장관과 정부 예산편성을 전담하는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장관도 호남 출신이다.

서울 출신인 최경원(崔慶元) 전 법무장관을 송 장관으로 교체한 것은 김대중 정부 출범이후 지속돼온 ‘요직 호남 배려’의 관행 즉,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 중 한 명은 호남으로 보임해온 전례에 따른 것이라는 후문. 아무튼 결과는 호남우선 정책으로 후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모순된 정치인 제외 방침〓정치색 배제를 위해 당 소속 현역의원을 원대 복귀시키기로 한 방침에 모순되게 일부 정치인들이 새로 각료에 기용됐다.

그러나 김 대통령은 자민련 출신인 신국환(辛國煥) 산업자원부장관, 민주당 출신인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 등 정치인 출신을 새로 기용했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 측은 28일 낮까지만 해도 “하자 없는 장관은 안 바꾼다”는 인선 원칙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정작 개각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최 전 법무장관이 전격 교체됐다.

▽재기용 논란〓지난해 11월 측근 정치 논란을 둘러싼 민주당 내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직을 물러났던 박 특보의 재기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질 게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보야말로 대통령의 측근이란 점에서 논란이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민주당 내의 전반적 기류다.

따라서 박 특보의 재기용에 대해 김대중 정부의 인사가 상황모면 식으로 무원칙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년여 만에 원위치에 복귀한 신 산자부장관의 경우도 재기용의 논리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윤승모 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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