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우지원-양경민 나홀로 훨훨…“쑥스럽구먼”

  • 입력 2002년 1월 24일 17시 40분


우지원-양경민
우지원-양경민
“팀이 헤매고 있는데 저만 잘하면 뭐합니까.”

삼성 우지원(29·1m93)과 삼보 양경민(30·1m93)은 공통점이 많다. 포지션이 똑같이 포워드이고 키도 같다. 둘 다 다른 팀에서 한차례 트레이드 된 적도 있다. 우지원은 SK빅스에서, 양경민은 삼성에서 각각 둥지를 옮긴 것.

이래저래 닮은꼴인 이들이 요즘 ‘닭의 무리에 낀 학’ 신세라도 된 듯하다. 부진에 빠져 있는 소속팀과 달리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코트의 황태자’라는 별명처럼 얌전한 플레이를 펼쳤던 우지원은 파이터로 변신했다. 수비에서는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고 외곽을 맴돌며 3점슛이나 던지던 소극적인 자세에서 과감한 골밑 돌파로 투지를 보였다. 시즌 평균 15.6점을 기록해 언뜻 보면 지난 시즌(14.4점)과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야투 성공률이 52.7%에서 55%로 올랐고 특히 3점슛 성공률은 36.5%에서 47%로 껑충 뛰었다. 이판사판으로 마구 던지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확률 높은 공격을 하고 있다는 얘기. 22일 대구 원정경기에서는 30점을 퍼부어 9연승을 달리던 동양을 물리치는 데 한몫 단단히 해냈다.

우지원이 달라진 면모를 보이고 있는 반면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은 팀 최다인 8연패에 빠지며 23일 현재 7위에 머물러 있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 우지원은 “자꾸 지다보니 팀 전체가 자신감마저 잃을 것 같다”며 “침체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말했다.

양경민의 사정도 우지원과 별 다를 게 없다. 양경민 역시 동료들의 도움에 의존해 공격하던 지난 시즌과 달리 코트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활발한 공격력을 보이고 있다. 평균 18.72점으로 SK나이츠 서장훈(25.61점)에 이어 국내선수 득점랭킹 2위(전체 13위)에 올라 있으며 평균 3.22개의 3점슛 성공으로 이 부문에서는 당당히 1위.

프로 데뷔 4시즌 만에 처음으로 ‘3점슛왕’ 타이틀을 눈앞에 둔 양경민은 최하위에 그쳐 있는 팀성적을 보면 기뻐할 수만은 없는 처지. 연패를 반복한 삼보는 공동 5위그룹과의 승차가 5경기나 벌어져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사실상 힘들게 된 것. 양경민 역시 “팀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힘없이 무너질 수는 없다”며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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