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씨 '몸통 역할' 대가로 지분 챙긴듯

  • 입력 2002년 1월 23일 22시 56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보물 발굴 사업과 관련해 돈을 투자하고 수익금을 받기로 했다는 주장이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이씨가 이 사업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이씨는 협정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21일 오후 9시경 “2000여만원을 투자하고 지분을 받은 것으로 하자”는 발굴사업자 최도형씨의 전화 제의를 받고 동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이씨가 이용호(李容湖)씨를 위해 정관계 등에 대한 청탁 등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는 대가로 지분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형택씨가 자신의 이름을 숨긴 채 발굴 사업 수익금 배분에 관한 약정을 맺은 것도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2000년 11월 오세천씨 등 보물 발굴 사업자 3명과 맺은 ‘매장물 발굴 협정서’에 명시된 이형택씨의 지분은 15%. 원래 사업자였던 오씨가 75%, 최씨와 양순모씨가 각각 5%의 지분을 갖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2001년 2월 작성된 새 협정서에서는 이형택씨의 지분이 사라지고 오씨와 이용호씨, 이형택씨의 동화은행 후배인 허옥석(許玉錫)씨가 각각 50%와 40%, 10%로 수익금을 나누는 3자 계약 내용으로 바뀌었다.

특히 오씨의 지분 50% 안에는 이형택씨의 지분 15%와 최씨, 양씨의 지분 5%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

특검팀은 이형택씨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오씨 등이 끝까지 이형택씨를 보호하려 한 것은 이씨가 사실상 사업을 주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형택씨가 해군에 보물 탐사작업 지원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고 15%의 지분을 보장받은 직후인 2000년 11월30일 오씨가 보물 발굴 사업 승인을 받아낸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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