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광형/'양심인식 시스템'

  • 입력 2002년 1월 13일 18시 05분


생체인식이란 신체에 나타나는 생리적인 특성이나 행동상의 특징을 이용해 개개인을 식별하는 방식이다. 생체인식에 이용되는 생리적인 특성으로는 얼굴 모양, 지문, 손 모양, 혈관, 홍채, 망막, 귀 모양, 입술 모양, DNA 등이 있다. 행동상의 특징에는 서명이나 목소리, 걷는 모습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개발돼 있는 지문인식 기술은 손가락에 있는 땀샘이 융기되어 일정한 흐름을 형성한 줄(융선) 무늬를 읽는 방법이다. 그래서 신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금고 자동차 등의 잠금장치에 이용되기도 한다.

▷지문을 신분 확인의 수단으로 이용한 예는 기원전 7000∼6000년경 중국과 아시리아에서 발견된다. 당시 도공들은 자신이 제작한 도자기에 자신의 지문자국을 남겼다. 또한 중국의 고대 문서에도 작성자의 엄지손가락 지문이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지문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1800년대 중반에 시작됐는데, 이 시기에 이미 지문에 관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해냈다. 첫 번째는 서로 다른 사람의 지문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지문의 형태가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문을 자동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지문을 서로 비교한다. 지문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법으로는 손가락을 눌러서 손도장을 찍는 방법에서부터 손가락을 대지 않고 카메라 앞에 보여주는 방법, 초음파를 이용해 지문을 읽어내는 방법 등이 있다. 지문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줄무늬의 전반적인 모양은 물론이고 줄이 갈라지는 점, 삼각주, 동그라미 등의 특징을 이용한다. 그리고 살아 있는 사람의 지문인지, 죽은 사람의 지문인지를 구별하기 위하여 땀샘의 존재 여부를 고려하거나 열센서를 이용하기도 한다.

▷최근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패스21이란 회사는 지문인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검찰에 불려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몇 년 전 패스21의 제품을 평가해달라고 요청받았던 정보보호연구진흥원(KISA)의 A 연구원과 정보통신부의 S 과장이다. 당시 그들이 보기엔 이 기술을 현장에 실용화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기술자의 양심을 팔 수 없었고, 당연히 공짜 주식도 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들 내면의 ‘양심인식 시스템’이 그들의 안전을 지켜준 것이다.

이 광 형 객원논설위원 KAIST 미래산업 석좌교수khlee@if.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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