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문권배/연말연시 ‘나’를 돌아보자

  • 입력 2001년 12월 31일 17시 15분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축하와 기념을 한다. 입학 졸업 승진 등 더 높은 단계로의 진입과 결실에 대해 축하를 나누며, 탄생과 역사적 사건 등의뜻을 길이 새기기 위해 매년 같은 날 기념식을 갖기도 한다. 시간적으로 무대가 바뀌는 연말연시는 망년회, 새해의 첫 일출 보기, 신년 하례식 등으로 바쁘다.

시간에 관계없이 유적지와 역사적 현장 등 공간적 요소를 보면서 기념식을 갖는 경우도 있다.

새해의 첫 해를 먼저 보기 위해 사람들이 강원 강릉시 정동진 등으로 몰린다. 2년 전에는 Y2K문제로 이목을 집중시킨 새 천 년의 일출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때 우리에게 새 천 년의 일출이었던 그 태양이 그 시각 미국 텍사스 주민에게는 지나가는 천 년의 일몰이었다. 참 기분이 묘했다.

동일한 태양을 보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의미가 이처럼 극적으로 다른 적도 드문 일이었다.

당시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훨씬 더 차분한 마음으로 관점의 중요성을 음미하면서 새 천 년을 맞이했을 것이다.

생활 속의 다양한 기준 때문에 시간적 기념을 제대로 못 지키는 경우도 많다. 만 나이와 우리나라 나이, 양력과 음력에 따른 기준의 혼란은 각자 새해의 정확한 나이를 헷갈리게 만든다. 새 천 년의 시작도 혼선이 있어 그 의미가 반감된 바 있었다.

인생에는 보이지 않는 주기적 시간 개념이 깔려 있다. 일 년 중 어느 달, 어느 날에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어느 달, 어느 날일까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에 애착을 갖는다면 일상생활이 보다 윤택해질 것이다.

시공간 개념을 향상시키면 인생을 외부의 관점에서 관망해 볼 수 있다. 이름과 생존기간, 인생의 업적을 생각하면서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해 보자.

연말연시 기념행사에 마냥 들뜨지 말고 외부의 관점에서 내 인생을 조망해 반성하고 보완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이것이야말로 시간적 기념들을 맞는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최대의 덕목이다.

문권배(상명대 교수·수학·교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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