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사설]'돈 받았으면 할복한다' 더니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57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법무차관을 지낸 신광옥(辛光玉)씨가 구속 수감되었다. 그는 엊그제까지 검사들을 지휘하는 법무 검찰 수뇌부의 차관이었다. 그 직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아침저녁으로 만날 수 있는 자리에서 공직의 부정 비리, 기강 문제를 보고하고 처리하는 수석비서관이었다. 대통령과 검찰을 이어주는 가교역이며, 사정(司正)분야의 사령관 격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팀을 이끌고 대형 범죄를 파헤치는 중수부장까지 지낸 사람이다.

신씨의 구속을 지켜보는 심정은 그야말로 낙담이요 절망이다. 물론 그는 아직도 수뢰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최종적으로 유죄냐 무죄냐는 긴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그가 후배 검사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이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는 것을 지켜보았다. 참으로 못 볼 것을 본 기분이요, 사정 그리고 공직 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을 목도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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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택곤씨라는 ‘진승현 게이트’의 로비스트를 만나 청와대 집무실에서까지 몇 백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게 수사팀의 발표다. 수뢰의혹 보도가 터지자 신씨는 ‘만일 돈 받은 게 사실이라면 할복 자살이라도 하겠다’고 호언했다. 이제 국민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무슨 말을 신뢰해야 할지 어지럽고 암담하다. 검찰 역사에 얹혀진 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오점, 검사라는 ‘공익을 대변’하는 직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후유증은 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영삼 정부 때는 슬롯머신 사건으로 고검장이 구속되고 99년 대전 법조비리 사건 때는 전별금을 받은 검사장이 물러났었다. 최근에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되어 고검장을 비롯해 간부 세 명이 옷을 벗은 사건도 있었다.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신씨가 구속된 것이다. 얼굴이 깎이고 만신창이가 된 검찰이 무슨 권위로 법질서를 유지하고 범죄를 차단해 낼지 걱정스럽다.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성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검찰이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씨 구속은 김 대통령의 대표적인 인사 실패로, ‘국민의 정부’의 치욕으로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변명하기조차 부끄러운 현 정권 내부 기강의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임기의 남은 기간에라도 전철을 밟지 않도록 나라 전체를 보면서 올곧고 청렴한 인재를 기용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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