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오태석 신작 '지네와 지렁이' 20일부터 공연

  • 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02분


오태석의 연극 '지네와 지렁이'
오태석의 연극 '지네와 지렁이'
왕성한 활동과 맑은 웃음, 짧은 머리에 낡은 벙거지.

독특한 트레이드 마크로 연극계에서 ‘만년 청년’으로 불리는 연출가 오태석(62)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신작을 내놓았다.

20일부터 서울 동숭동 아룽구지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지네와 지렁이’. 창작으로는 지난해 ‘잃어버린 강’ 이후 1년만이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오태석의 창작열은 여전하다. 올해만 해도 일본 시미즈 쿠니오의 원작을 번안, 연출한 ‘분장실’, 독일과 국내에서 잇따라 공연을 가진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번에 공연되는 ‘지네…’는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그의 작품들과 맥이 닿아 있다. ‘잃어버린 강’이 꼭두각시 놀이를 활용한 반면, 이번 작품에서는 산대놀이가 접목됐다. 산대놀이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 전승돼온 탈놀이로 양반들의 위선과 무능을 꼬집는 민초들의 풍자가 담겨 있다.

‘지네…’는 환경 오염과 분단, 지역감정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했다. 이 작품 속에 묘사된 우리 사회의 미래상은 어둡고 비관적이다.

지금으로부터 9년 뒤인 2010년 한국. 국민들은 환경 오염과 테러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매일 수천명씩 이민을 떠난다. 강과 바다가 썩자 캐나다산 빙산을 식수용으로 수입한다.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장기(臟器)를 일본인에게 파는 등 한국은 어느새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이 작품은 11개의 에피소드가 산대놀이 형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재치와 유머, 과장과 비약, 전통과 현대의 결합 등 오태석 특유의 연극 작법이 가미됐다. 3000년간 도(道)를 닦은 지네와 너구리가 시간 여행의 안내자로 등장하고, 오염물질에 저항력이 강한 오리가 환경오염의 대안으로 등장한다.

“2010년이 어떤 해인가. 일본에 나라를 잃은 국치(國恥) 뒤 100년이 되는 해다. 이 작품에는 그동안 우린 도대체 뭘 했냐는 부끄러움이 깔려 있다. 이념 분쟁과 지역갈등으로 제대로 해 놓은 게 없다. 요즘 세태에 경종을 울려 후배들에게 괜찮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내 바람이 담겨 있다.”(오태석)

‘분장실’에서 호평을 받은 황정민과 이수미가 각각 지네와 지렁이로 등장한다. 중견배우 정진각 김병옥이 귀화한 재일교포로 동포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일본인 하라타역에 더블 캐스팅됐다. 이밖에 강현식 장영남 박영희 등 개성이 강한 극단 ‘목화’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오태석은 “주변의 평가와 관계없이 한해 한편은 새 작품을 무대에 올려야 한다는 게 내 신조”라며 “끊임없는 작품 활동이야말로 내 젊음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내년 3월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에서 ‘로미오…’를 재공연한 뒤 10월 일본 오사카에서 일본어판 ‘오태석 희곡집’ 출시를 기념하는 공연 ‘내 사랑 DMZ’를 무대에 올린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공연안내

-20일∼2002년2월17일까지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 서울 동숭동 아룽구지 소극장

-정진각 김병옥 황정민 강현식 장영남 등 출연

-8000∼1만5000원

-문의〓02-745-3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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