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동화책고르기 다섯고개]친구의 슬픔 알게됐어요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36분


◇ 너도 하늘 말나리아/이금이 지음 송진헌 그림/236쪽 6500원 푸른책들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꿈같은 이야기, 상상속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를 연상하게 하지요.

하지만 동화라고 해서 꿈처럼 알록달록이야기를 다루지만은 않습니다. 아이들도 온갖 부대낌이 있는 현실을 비껴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문학 영화 드라마가 허구의 세계인줄을 알면서도 거기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동화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꿈같은 이야기로 감추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절실하게 부딪치는 문제를 다루면서 삶의 지혜를 주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합니다. 현실의 온갖 부대낌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이금이 지음 송진헌 그림·푸른책들·1999)는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나거나 이혼으로 편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마음을 앓는 미르도 되어보고, 엄마를 잃고 재혼한 아빠 대신 할머니와 사는 소희도 되어봅니다. 엄마를 잃은 충격에 선택적 함구증이란 병을 앓는 바우도 되어봅니다. 비슷한 처지의 세 아이가 자신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서로에게 상채기를 주다가 차츰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친구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단편동화 모음인 ‘할머니를 따라간 메주’(오승희 지음·창작과비평사·1999)에는 실직한 아버지와 함께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음을 추스리는 아이가 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가 부자들을 부러워한 나머지 거짓말을 하면서 부잣집 딸 행세를 하기도 합니다. 옛날 방식을 지키려는 할머니와 현대적 사고를 하는 엄마의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문제를 풀어보려는 아이도 있습니다.

‘여울목’(이원수·웅진출판·1979)에 나오는 일웅이는 소아마비를 앓기 때문에 늘 어머니의 등에 업혀서 학교에 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새어머니를 맞게 되자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몸이 편치 못한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하며 어머니가 가신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일웅이는 여울목에 앉아 있는데 물이 점점 불어나 나갈 길이 막혀버립니다. 갑자기 불안에 떠는데 허위허위 물살을 헤치고 들어와 일웅이를 끌어안은 사람은 새엄마가 될 여인이었습니다. 자신을 보배처럼 여기는 새엄마와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일웅이는 새어머니를 마음에 받아들입니다.

바람직한 동화는 이처럼 다양한 상황에 놓인 아이 아이들의 현실을 기반으로 합니다.

조월례(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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