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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1월 11일 1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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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동영화업자들은 낮부터 마을을 누비며 확성기를 통해 영화를 홍보해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시네마스코프’니, ‘총천연색’이니, ‘김승호’니, ‘허장강’이니 하는 소리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이니 영화 한 편 본다는 것이 그저 즐거운 일이었고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니 신나는 마을 축제였다. 영화 상영 도중 어쩌면 그렇게 필름도 잘 끊어졌는지. 한 편을 보려면 4, 5번 정도는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마치 비가 내리는 듯한 장면을 만나야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의 영화산업은 질적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전국의 영화관이 750여 개에 이르고 영화팬도 크게 늘었다. 한 곳에 여러 개의 상영관이 있어 마음대로 골라 볼 수도 있게 됐다. 요 몇 년 사이는 흥행면에서도 이른바 ‘대박’을 터뜨리는 작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질적인 면에서 전혀 점수를 받지 못할 작품이 많아 한국 영화의 새로운 위기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좋은 영화’로 평가되는 작품은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하고 그보다 훨씬 뒤지는 폭력물 등에는 관객이 몰려드니 분명 이상기류라는 것이다.
▷인천의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인천을 소재로 했으나 흥행에 실패해 며칠만에 간판을 내린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고 한다. 무료시사회, 재상영 협상, 전단지 배포, 포스터 부착 등을 통해 죽은 ‘고양이…’를 다시 살려내자는 것이다. 마치 가설극장을 찾아 낡은 영화에 빠져들던 지난 시절의 영화사랑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이들의 활동이 진지한 영화 대신 치고 죽이는 영화가 횡행하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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