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내년 경제 '안개' 자욱…3월만기 회사채 17조 상환부담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내년 1·4분기(1∼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가운데 17조원 이상은 갚을 대책이 막막해 올 연말과 내년 초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나빠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은 2일 이같이 지적하면서 내년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1%대에 그치고 경상수지도 적자를 간신히 면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새해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업들의 자금사정과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은 비관적인 전망 일색이다.》

▽경고등 켜진 회사채 시장〓내년 3월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올 11∼12월의 12조9000억원과 내년 1·4분기의 11조6000억원을 합해 총 24조5000억원. LG경제연구원은 이 가운데 거래가 원활해 차환발행이나 상환이 가능한 7조3000억원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류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A급 이하인 나머지 17조2000억원. 회사채 신속인수제가 올 연말로 끝나는 데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회사채 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져 기업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떼일 염려가 적은 안전성 자산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채권시장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2·4분기의 15%대에서 9월엔 7%대로 떨어졌다. 반면 투자등급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떨어진 기업의 비율은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올 1∼7월 평균 17%에서 38%로 치솟았다.

조영무 연구원은 “시중자금이 국고채로 쏠리는 현상을 막으려면 고위험 고수익 펀드의 투자메리트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기업들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자금흐름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정경제부는 "9월 이후 회사채가 순상환으로 전환되는 등 회사채 시장이 다소 위축되고는 있으나 전반적인 기업자금사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에도 저성장 감수해야〓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과 설비투자 감소가 맞물려 내년 상반기에 1.8%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 LG경제연구원의 예측. 하반기가 돼야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드컵축구대회를 전후해 소비가 살아날 여지가 있다는 점도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 하지만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1%로 올해(2.3%)보다 낮아질 전망이고 미국 경제도 제자리 걸음에 그칠 것으로 보여 수출 감소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수출이 통관기준으로 10%가량 줄고 기업들의 매출 증가율도 2%대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기승 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 고비를 무사히 넘길지 걱정”이라며 “기업으로서는 긴축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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