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하이닉스 신규지원은행 "잘돼야 할텐데"

  • 입력 2001년 11월 1일 18시 54분



난항을 거듭하던 하이닉스반도체 지원 방안이 채권단회의에서 통과되자 증시는 1일 ‘은행업종 0.66% 상승’이라는 비교적 긍정적인 신호로 화답했다.

특히 합병 국민은행과 하나 신한 한미은행 등 4개 우량은행이 신규지원에 불참한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당장은 손해지만 그래도 잘 털고 나왔다”며 반기는 모습이었다.

▽신규지원 은행〓하이닉스의 주채권은행으로서 추가지원이라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조흥 외환은행 등의 경우 주가 전망은 ‘오전 맑음, 오후 안개’다. 2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중인 하이닉스 주가와 연관돼 단기간 상승세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부실기업의 부담을 떠 안는 셈이어서 주가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것.

반도체경기 등과 관련해 볼 때 하이닉스의 경영상황이 단기간에 호전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

또 상황이 악화돼 다시 한번 추가 지원의 논의가 시작될 경우 ‘부실기업에 물린 은행’의 대가를 증시에서 치러야 할 전망이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는 이들 은행에 대해 단기적인 접근 이상의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불참 은행〓신규지원 불참을 선언한 우량은행 대부분이 1일 주가가 올랐다.

물론 이번 결정으로 △평균 80% 이상의 부채를 탕감해야 하고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가 1000원대여서 출자전환하는 전환사채의 전환가격(31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은행권이 입는 단기적인 손실은 적지 않아 보인다. 연말 결산에서 이를 손실로 반영할 경우 올해 수익이 예상보다 많이 감소할 전망.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장기적인 부담을 덜어 오히려 주가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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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량은행의 경우 부실기업 문제만 없었으면 주가가 지금보다 훨씬 더 오를 수 있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 저금리시대에 예금과 대출간의 금리차(예대마진) 확대로 큰 혜택을 봤기 때문.

그러나 당장 부실기업에 빌려준 돈도 돈이지만 “잘못하면 계속 물려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미래에 대한 염려’가 주가 상승의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런데 우량 은행들이 이번에 채무변제 방식을 선택하며 손을 털고 나옴으로써 ‘더 물려 들어갈’ 염려가 사라진 것.

게다가 부실기업과 우량 은행 사이에 뚜렷한 선이 그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돼 또 다른 부실기업이 나타나더라도 은행권의 주가가 ‘제조업과 동반 몰락’할 염려도 많이 사라졌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11월 중 예상대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동시에 추가 인하될 경우 부실기업과의 고리를 끊은 은행주들의 상승세에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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